주 로렌(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어머니의 새 집
엄마가 하늘로
여행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고 가는 길,
시간은 정지하고, 미로 속으로 달려가는
차 안의 낯설음은 현기증을 굴절시켰다.
퇴역한 주연
배우의 낡은 포스터처럼
대쪽같던 자존감이
무장 해제된 당신의 삶.
일부러는 찾지
않는 먼지 쌓인
흑백 필름과
다르지 않는 무덤,
어머니의 새
집 주소는
문을 열면 우주로
통하는 안방이었다.
<해 설>
슬픔 중에 가장 큰 슬픔은 어머니의 죽음이다.
어머니의 죽음은 가장 큰 사랑의 상실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죽음은 우리 몸과 마음의 뿌리를 잃는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 작가도 그녀 어머니의 부음소식에 시간은 정지되고 현기증을 앓는다. 그녀는 타계한 어머니를 퇴역한
주연 배우로 비유하고 생존을 위해 대쪽같은 자존심을 지켜야 했던 삶이었음을 회상한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이제 흑백 필름과 같은 무덤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의 무덤은 곧 당신의 새집 주소이며 그것은
문을 열면 우주로 통하는 안방임을 본다. 이 작품의 중요한 메시지는 작가가 직관한 죽음에 관한 인식이
초절적 직관의 긍정적 성찰이라는 것이다.
그는 무덤을 문을 열면 우주로 통하는 안방으로 천착하여 생명의
영원성을 계도한다. 안방이란 평안과 안식의 장소요 우주적 질서와 조화가 있는 만유의 가정이다.
이 같은 긍정적 우주적 사관(死觀)은
그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의 이승에서의 시련과 고난의 가치를 드높여 줌으로써 통념적 슬픔과 비관을 초극할 수 있도록 교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작품의 주제와 모티브가 아포리즘의 시학으로 공고하고 중후함을 보여준다. 시적 비유와 묘사가 신선하고 적격하게 구축되어 있어 형식미가 가상하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