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CC 19세기 가마 복원해 결혼식과 공연마련
오리건 기증자ㆍ복원자ㆍ주례에게 감사패 전달
한국 가마가 그야말로 200년 만에 신부를 품었다.
색동 저고리를 곱게 입은 신부가 가마를 타고 결혼식장으로 등장하는 한국 전통 혼례식이 지난 주말인 16일 타코마의 유서 깊은 워싱턴주 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됐다.
아태문화센터(APCCㆍ이사장 서인석)가 이날 재현한 전통혼례식은 한국 전통 결혼식을 보여주는 것에도 의미가 있었지만 그보다는 미국에 살고 있는 다양한민족 구성원 가운데 하나인 한국인의 전통문화유산을 복원하려는 남다른 노력을 보여줬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었다.
통상적으로 혼례의 주인공은 신랑과 신부지만 이날만은 신부가 타고온 ‘가마’가 주인공이었다. 이 가마는 200여년전 한국 황실 또는 귀족 양반가에서 쓰였을 정도로 고급품으로 평가를 받는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로버트 마티엘리(88)씨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30여년간 한국에서 머물 때 구입해 보관했으나 거의 부서진 상태여서 방치했다가 지난 2013년 APCC 에 기증했다.
APCC역시 복원을 꿈도 꾸지 못하다 수소문끝에 전통가구 장인인 송재익씨를 알게 됐고, 송씨는 지난해 6개월간자기 집에서 하나 하나 작업을 거쳐 복원을 마쳤다.
APCC는 가마 복원을 기리기 위해 이날 간단한 기념식과 전통혼례식에 더해 한국 전통 무용과 전통 소리를 들려주는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서인석 이사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기증자인 마티엘리씨, 복원한송재익씨, 가마 검증과 혼례식
주례를 맡기 위해 한국에서 방문한 황실문화원 이경훈 사무총장에게 감사패를전달했다.
한국에서 입양한 아들을 데리고 이날 행사에 참석한 APCC 고문브래드 오웬 전 워싱턴부지사는 “다른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미국이 추구하는 다양성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빅토리아 우다드 타코마시장도 축사를 통해 “타코마시는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최고의 자산이며, 그 가운데 한인들이 있다”고 격려했다.
이형종 총영사는 “한국 전통문화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우리 조상들은 창조력을 가지고 이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면서 “한글ㆍ한식ㆍ온돌등이 대표적인 한인 조상들의 창조물이며 이를 기반으로 현재 K문화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념식에 이어 야외에서 열린 전통 혼례식은 이경훈 총장이 주례,미국인 청년과 한인 여성이 신랑과 신부역을 맡고, 황선희씨와 홍숙란씨가 신랑과 신부의 어머니역을 맡아 재현됐다.
쉐리 송과 양진숙씨가 영어와 한국어로 진행한 혼례식이 끝난 뒤에는 양진숙씨가 ‘입춤’으로, 권다향 명창이이끄는 국악한마당이 한국과 북한에 있는 4개의 아리랑들을 메들리로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전통 공연팀인 울림(단장 김수아)도이날 사물놀이로 흥을 돋우며 관람객들을 결혼식장으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