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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3-20 00:41
이탈리아의 비참한 현실, 죽어도 갈 곳이 없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크레모나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을 거둔 알프레도 비시올리(83)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장례식도 치르지 않고, 사랑하는 이들도 없이 사제의 축복 후 바로 매장됐다"고 그의 손녀 마르타 만프레디는 말했다. 비시올리의 가족은 코로나19로 자가격리 중이었기에 임종 순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것이다.
크레모나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시에서는 영안실이 꽉 찼고 화장장도 하루 24시간 가동되고 있어 간단한 축복 행사를 치를 시간조차 없다고 공동묘지 관리인 지아코모 안젤로니는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며 장례식조차 치르기 어려운 이탈리아의 상황을 보도하며,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사람들에게 커다란 정신적 상흔을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기준 이탈리아에서는 총 3405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보다 많은 숫자다. 확진자도 4만1035명에 달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전국에 봉쇄령을 내리는 등 급히 대책을 내놨지만 사망자는 쉽사리 줄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르조 고리 베르가모 시장은 사망자가 급증하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지역 공동묘지를 폐쇄하는 조례를 발표했다. 베르가모에는 최근 일주일 새 400명 가까이 숨졌다. 영안실에 빈 곳이 없어 장례를 치르지 못한 관은 지역 교회에 안치됐다가 화장터로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8일에는 이탈리아군이 50명의 군인과 15대의 트럭을 동원해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갈 곳을 잃은 시신들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밀려드는 시신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시신을 다른 지역으로 이송한 것이다.
베르가모의 한 상조회사에 일하는 로베르타 카프리니는 현재 상황을 두고 "베르가모의 모든 사람이 (코로나19로) 누군가를 잃었거나 집에 아픈 사람이 있는 상황"이라며 "마치 보이지 않는 적과 전쟁을 하는 것 같다"고 심정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