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흑인시위에 최적화된 경찰 운용이 시위대 의사당 난입 불러
미국 경찰 대응 실패가 사상 초유의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를 불렀다는 미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테러리즘과 흑인 시위 대응에 병력을 집중하느라, 정작 백인 남성들의 공격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백인 우파 극단주의 세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세를 불리며 대형 정치세력이 됐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6일(현지시간)자 "아무도 의사당을 지키지 못한 이유"라는 기사에서 "국회의사당에 배치된 경찰 1800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이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태를 막지 못한 것은 상상력 실패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FP는 국제 테러리즘 대응에 지나치게 집중된 경찰 조직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봤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경찰의 수는 증가했고 절차가 바뀌었으며 경계 구역이 넓어졌다. 하지만 국제 테러리즘은 더 이상 미국 경찰이 직면한 주요 위협이 아니라고 FP는 지적했다.
FP는 또 "보안 관계자들이 백인 지지자들의 위협이 정상적인 범위를 벗났기 때문에 계획을 조정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기소될 사안이지, 변명거리가 못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치안기관 내 인종적 편견도 의사당 난입 사태를 낳은 주 요인으로 꼽혔다. FP는 "의사당 난입 사태는 경찰 지도부의 실패이자 국토안보부의 실패"라며 "치안기관 내 편견의 결과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경찰 조직이 흑인 주도의 인종차별 규탄 시위과 테러를 막는 데 집중하느라, 백인 우익 과격주의자들의 행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FP의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에 내성이 생겨 시위대의 위협을 간과한 점도 요인이다. FP는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말과 다른 사람들의 행동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무시했다"고 전했다.
미국 CNN방송도 "의사당 난입 현장에 투입된 경찰력은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국 전역으로 번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 때보다 더 적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6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선출에 반대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해 3시간여 동안 점거 농성을 벌였다. 미 연방의회 의사당이 공격받은 것은 미영전쟁 중 영국군이 불을 지른 1814년 이후 206년 만이다.
건물 유리창까지 깨고 의사당에 난입한 시위대를 제압하기 위해 경찰은 총이나 최루탄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4명이 숨졌다. 사제폭탄이나 의심스러운 물건도 의사당 내에서 발견됐다. 이 사태로 바이든 당선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의원들은 모두 대피해야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