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언 목사(오리건-밴쿠버 교회연합회 회장)
‘이화의 길’을 걸어가길 소망합니다
새해 2018년도을 맞아 오리건-밴쿠버
지역 모든 교회와 한인 여러분께 문안 드립니다. 한해가 지났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의 연장선임을 우리는
잘 압니다.
새해에도 우리들을 극진히 돌봐주시고 지켜주시는 자비와 긍휼의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며 보호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1919년 3.1운동 당시 한국교회는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신앙공동체였습니다. 전
인구 중 기독교인이 1.3%에 불과했지만
민족대표 33인 중 16명, 투옥된 9,458명
중 2,087명(22%)이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교회는 민족의 등불 같았고 나라를 이끌어 가는 개혁의 주체였습니다. 교회가 다시 이 시대 개혁의 기수가 되어 등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해하고 화해의 물꼬를 트는데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얼마 전에 본 글이 하나 있어 소개합니다.
시어머니가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 밥솥 아궁이에 불을 때라고 했습니다. 며느리는 밥물이 넘치는 줄 모르고 불을 때
밥은 타고 솥은 금이 갔습니다. 놀란 며느리가 전전긍긍하자 시어머니가 “내가 물을 너무 적게 부었구나. 미안하다, 아가야”
라고 말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시아버지가 “내가 부엌에 장작을 너무 많이 들였구나. 미안하다, 아가야”라고 말했고, 신랑이 “내가 너무 물을 적게 길어와서 그렇게 됐소, 미안하오” 그랬답니다. 보기만해도 참 넉넉한 가정입니다.
건너편 술집에도 똑 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며느리가 불을
때다 밥이
타고 솥이 금이 가자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욕설을 하고 구박을 했습니다. 며느리는 일부러 그랬냐며 대들었습니다. 보고 있던 시아버지가 어디서 말대꾸냐며
호통을 치고, 신랑은 손찌검까지 했습니다. 며느리는 “차라리 죽여라…”하고 날뛰었습니다. 그후 이 가정이 어찌 되었는지
상상이 갑니다.
똑 같은 상황인데 한 가정은 이해와
화해가 있는 반면에 다른 가정은 불만과
불편함이 있습니다. 어찌보면, 나름 열심히 해보려고 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 앞에 서로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은 이민 사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곳이면 다 있기 마련입니다. “분쟁하는 나라마다 설 수 없고, 분쟁하는
가정마다 설 수 없다”고 예수님이 말씀하셨 듯이 우리 사는 이 곳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해하고 화해하는 길, 곧 ‘이화의 길’을 트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민목회를 하면서 실수와 혼란의 중심에 있을 때 부족했던 부분이 이해와 화해였습니다. 부족한 이해와 적극적인 화해의 물꼬를 터주지 못한 꼬리표가
있고 이것을 떼는데 너무도 힘든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복음성가 중에 ‘모든 영광과 존귀와
능력 받으소서’란 가사가 있습니다. 제목은 ‘주님 큰 영광 받으소서’입니다. 이 가사가 주는 교훈은 내가 영광 받고, 내가
존귀함을 받고, 내 능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영광이란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초월적인 빛이
임한 것이기에 마땅히 영광은 하나님의
것입니다. 존귀란 누군가는 낮아지고 다른 누가 높아지는 것을 말하므로 성경에
나오는 지도자들은 자신을 낮추며 하나님을 존귀하게 여겼습니다.
능력(power)도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의 능력과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므로 이것 역시 하나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가사는 “하나님, 모든 영광과 존귀와 능력 받으소서”라는 의미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하나님은 이것을 알게
하셨고 이 길을 가게 하시고 이것을 목표
삼게 하셨습니다.
너무나 막중한 자리에 서고 보니 두렵고 떨리는 마음 뿐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부족한 사람을 세우신 것 또한 하나님의 계획이 있음을 믿고 감사를 드립니
다.
2018년에는 이해하고 화해의 물꼬를
터주는 ‘이화의 길’을 우리 모두 같이 걸어가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이 길 끝에
이룬 모든 결과를 하나님께 영광과 존귀와 능력으로 다같이 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