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W 한국학도서관 유혜자 목록사서(오른쪽)와 이효경 사서(왼쪽)이 지난달 열린 북소리 행사에서 이날 강사를 맡았던 서울대 법대 정상조 교수 부부와 사진을 찍고 있다.>
예산부족으로 창고속 5,000권 정리비용 모금 나서
"한국책 13만권 보유한 UW 한국학도서관은 한인자산"
워싱턴대학(UW) 한국학 도서관이 한국관련 장서들을 정리해 한인뿐 아니라
한국에 관심이 있는 주류사회 독자들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금 마련에 나섰다.
UW 한국학 도서관은 전국 대학 가운데 하버드대에 이어 2번째 많은 13만여권의 한국어 책을 소장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70년 전인 1940년대부터
한국 유학생들로부터 한국어 책을 기증받아 수집하기 시작했고, 1960년대부터 한국학 사서를 고용해 체계적으로
매년 몇 천 권씩 장서를 모아 정리 작업을 해왔다.
지난 2002년부터
이효경씨가 한국학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한국학 관련 책의 구입과 관리 등을 총괄하고 있다. 도서관은 새로 구입한 책을 내용 또는 분야 별로 분류한 뒤 컴퓨터에 정리 수록하는데 이 일을 맡는 전문인이 목록사서이다.
UW측은 예산부족 등으로 한국학 도서관의 목록사서 고용을 미뤄오다가 한국학 도서관의 끈질긴 요청에 따라 지난 2004년 유혜자씨를 파트타임 목록 사서로 고용했다.
유 사서는 일리노이주
서던일리노이대학(SIU) 법대도서관에서 30년 이상 법률
사서로 일한 전문가이며 SIU에서 은퇴한 뒤 한국학
도서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했다.
유 사서가 10년째 한국책 목록작업을 하고 있지만 일손이 딸려 아직도 5,000여권은 정리되지못하고 창고에 쌓여 있는 실정이다. 주정부의
예산지원 삭감 등으로 UW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탓에 목록 비용은 늘 후 순위로 밀리고 있다.
비슷한 상황을 겪은 일본과 중국 커뮤니티는 최근 뜻있는 동포 재단, 기관, 개인의 후원으로 각각 목록 작업을 마쳤거나 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한국ㆍ일본ㆍ중국 등 3개국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동아시안 도서관에서
유일하게 한국학 도서관만 목록 작업을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유 사서는 앞으로 5년간 모두 5만 달러를 목록 비용으로 내놓기로 약정하고 최근 1만달러를 한국학
도서관에 기증했다.
이효경 사서는 “한국책 목록은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학생 아르바이트로는
할 수 없는 작업이고 전문가를 고용해야 하는데 권당 20달러 정도가 소요된다”며 “부수비용을 한국학 도서관이 감당해도 최소 10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매달 한인 교양프로그램으로 ‘북소리(Booksori)’
모임을 열며 한인사회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학도서관은 전체 예산 가운데 절반을 유 사서가 개인적으로 부담한 만큼 나머지는 한인단체와
개인들이 십시일반 정성으로 모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사서는 “UW 도서관에 한국 장서가 이처럼 많은 것도 한인사회의
큰 자산 가운데 하나인데 정리를 못해 창고에 쌓여 있다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며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한인사회 자산을 늘린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보태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