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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13 02:29
[시애틀 수필-김홍준] 산 색시와 농촌 처녀의 만남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563   추천 : 0  

김홍준 수필가(오레곤 문인협회 회원)

산 색시와 농촌 처녀의 만남

금년에는 늦가을부터 시작한 지루한 겨울비가 거의 매일 산천을 적셔 놓고 코로나 전염병으로 인하여 삶의 많은 제약과 지쳐 있는 내 마음까지도 적셔 놓고 있다

어쩌다가 밝은 태양빛이 마구 쏟아지는 날에는 우울했던 내 마음도 내다 말리고 나면 마음까지도 보송보송하고 따뜻해지니 그제서야 비의 고마움이 한 가득 밀려온다.

비가 자주 내려서 산천이 푸르고 맑은 공기는 덤으로 찾아온다. 하늘을 찌를 듯이 울창한 미송 백송 더글라스 훠 등등. 이 지역의 대표적인 나무들이 곧고 우람하게 자라기 때문에 이 지역에 들어오는 고속도로 곁에는 ‘Capital of Timber World’라는 커다란 싸인판이 있다.

우리 속담에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이 있다. 워싱턴주에는 하얀 고깔모자를 쓰고 있는 2,000m가 넘는 산들이 즐비하고 그 산자락마다 수많은 토산물이 풍성하다. 서쪽에는 드넓은 태평양 바다가 곁에서 넘실대고 요리조리 내륙으로 비집고 들어와 자리잡은 ‘Puget Sound’는 각종 해산물을 듬뿍 토해내는 보물단지가 되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워싱턴주 서북부 지역은 목재의 중심지라고 할 만하다. 어디를 가도 40~50m를 자란 곧고 거대한 나무들로 가득하다. 우리 가게 앞을 지나는 고속도로에는 목재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분주히 지나다닌다.

여러 해 전 인간과 올빼미가 한판 승부를 벌여 인간이 지고 난 후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니 지역 경제가 엉망이 되고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어려운 형편이다

내용인 즉 마구 벌목을 하여 올빼미들의 서식처를 빼앗아 환경이 파괴되면 사람이 사는데도 힘들고 열악한 환경이 되니 국유림에서 벌목을 금지해달라는 자연 환경보호론 자들의 소송이 몇 년간 진행된 끝에 그들이 이긴 사건이다. 그러나 사유림에서는 벌채가 가능하다.

숲에서는 양질의 목재가 무궁무진하게 출토되고 숲은 또 각종 야생동물들의 천국이다. 벌목을 한 후 어린 묘목을 바로 심기 때문에 삼림은 언제나 가득하다

사냥철이면 많은 사냥꾼들이 몰려들고, 바다에서 산란을 하기 위해 올라온 연어들이 강과 하천에 득실거려 수많은 태공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가끔 손님들이 잡아오는 연어는 다 먹지 못하여 나누기도 한다. 숲 속에는 굵고 양질의 고사리를 비롯해 각종 버섯들이 자생하기 때문에 풍성한 선물을 제공해준다.

숲이 울창하고 고도가 높은 이곳은 여름에도 기후가 약간 서늘하여 추위를 타는 채소들은 기르기 힘들다. 그래서 금년 가을에는 기존의 작은 그린하우스를 헐어버리고 18X45 피트 넓이에 10피트 높이의 대형으로 지었다

미리 자재를 구입하고 기초공사를 끝낸 후 골조공사는 기술자의 도움을 받았다. 혼자서 며칠 동안 틈틈이 시간을 내어 마무리공사를 끝내고 나니 이제는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생각에 얼마나 좋은 지 모른다.

미국인 입맛에는 송이버섯이 별로 인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입맛이 다 다르니 우리는 실컷 즐길 수 있고 좋다. 동네 사람들이 약간의 송이버섯을 너나 먹으라고 가져오기도 하고 드링크나 먹을 것을 주고 바꾸어 먹기도 한다

아내와 나는 너무 좋아해 송이덮밥을 지어먹기도 하고 볶아 먹는데 귀하고 도도하여 각종 양념을 하면 토라져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다. 참기름과 약간의 소금만으로 간을 하고 소고기와 볶아 먹는 것이 좋은 요리 방법이다.

얼마 전 약간의 송이버섯을 친구에게 보냈더니 단감과 말려 놓은 시래기를 보내왔다. 물에 불려 놓았다 삶아낸 시래기를 잘게 썰어 넣고, 송이버섯을 손질하여 같이 넣고 밥을 지었다. 간장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비벼 먹으니 입속에서 난리가 났다. 제대로 사고를 친 것이다. 청순하고 고고한 산 색시와 수더분한 농촌의 처녀가 만나 환상의 조합을 이루고 나니 진한 향과 구수한 맛이 우리 두 식구를 감동케 한다.

2~3년 전에는 집 근처에 자생하는 굵고 실한 많은 야생 미나리를 수확해 한 자루씩 여러 사람들과 나누었다. 베어내고 두어 주만 지나면 자라기 때문에 봄 한 철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미나리가 혈관 청소를 하고 갖가지 효능이 너무 많아 약초에 버금간다는 사실을 알고 나물로 국으로 죽으로 많이 먹고 아내는 처방약으로도 듣지 않던 방광염이 미나리덕분에 효과를 본 일도 있다. 혈관청소에는 미나리만 한 것도 없다.

나는 종종 요리를 하면서 엉뚱한 시도를 좋아한다. 미나리를 삶아서 잘게 썰고 밥을 해먹으니 생각지도 못한 풋풋하고 생그런 맛에 놀랐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셨는데 대접을 했더니 콩나물로 밥을 한다는 것은 알지만 미나리 밥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고 하시며 한국에서 미나리 밥 식당을 해볼까? 하며 너무 좋아하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많은 고통을 받는 이 때에, 깊은 산속 청정지역에 살면서 자연에서 먹거리를 얻어먹고, 건강하고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음은 하나님의 크나 큰 배려와 은혜임을 생각하며 무한 감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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