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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1-22 18:45
[시애틀 수필-공순해] 미치다 우치코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2,424   추천 : 0  

공순해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미치다 우치코

느닷없이 유폐 당하고 수개월이 지났다. 혼자만의 일이 아니지만 아무튼 갑작스러운 일이기에 불편한 점이 한둘 아니다. 가장 큰 불편은 유폐 당했다는 심리적 압박감이고, 그다음은 감염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물자 부족이다. 이런 상황을 뉴스는 매일 낱낱이 보도해 무력감을 부추긴다. 텅 빈 마켓 사진 볼 때마다 물건을 더 챙겨야 하나 하는 갈등과 불안을 이겨내는 일도 수월한 건 아니다. 저개발 지역의 기근만 기근인가. 심리적 기근도 기근이다.

아무리 물자를 챙겼지만 사태가 길어지자 부족 현상을 면할 길이 없게 됐다. 그 첫 번째가 화장품이었다. 아끼고 아꼈으나 더는 버틸 수 없게 바닥을 드러내 한숨을 토하게 했다. 기저질환으로 외출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바이러스 사태가 끝난다 해도 혼자 더 자가 격리를 해야 할 판이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화장품 가게엘 가야 하나 마나 망설이고 있던 중 내가 쓰는 한국산 화장품이 아마존에도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뉴욕에서도 급하면 DHC를 우편 주문했기에 익숙한 방법이었다. 그때 DHC를 구입하며 들었던 불평은 왜 한국산 화장품은 우편 판매를 안 할까였다. 사업 수완이 한국인들이 일본인들보다 못한가,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달 정확하고 할인 액수와 시제품까지 꼼꼼히 챙겨주는 친절과 편리함 때문에 급할 때 이용하곤 했다. 이번에도 DHC를 생각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그 회장의 혐한 발언으로 마음을 접었다. 불편을 감수할망정, 적은 액수이나마 그에게 보태 줄 마음이 없었다.

아마존 검색을 하던 중 이베이 가격이 더 싼 걸 발견했다. 싼 게 비지떡이지, 잠시 속에서 싸움이 일었지만 처음 이용해 보는 거니 일단 이렇게 시작해 보자, 주문을 마쳤다. 아마존에선 3주 기일을 제시했고 이베이에선 열흘을 제시했기에 싸고 빠른 주문에 만족했다.

과연 열흘 후 물건이 도착했다. 만족도는 딱 여기까지였다. 3주 걸린다 했어도 아마존에서 살걸 그랬나. 유효 기간이 거의 다 된 물건은 봉인이 뜯겨 있었고 덜어낸 양도 눈으로 식별됐다. 화장수와 로션은 그렇다 치고 펌프형인 아이크림은 내용물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클레임으로 일정액을 환불받긴 했지만 실망감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웠다. 게다 써 본 결과 아이크림은 5개월 사용하던 양이 두 달 반으로 끝났다. 향도 고추나물 삶은 냄새가 났는데 왜 이런 향일까, 뭘 넣었길래 이럴까. 늘 쓰던 향은 아니었다.

싸구려 이베이여서 그랬나, 이번엔 클렌징 크림이 필요해 아마존을 뒤졌다. 찾다 보니 70년대에 애용하던 두바리 크림이 떴다. 반가웠다. 코티, 레브론, 두바리, 모두 기억 속에 저장된 완소품들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착한 크림을 열어보고 곧바로 물건을 돌려보냈다. 밀봉된 부분이 뜯겨 있다는 건 역시 양을 덜어냈다는 증거. 게다 내용물도 미심쩍게 뒤섞여 갈색 요커트 휘저어 놓은 것 같았다. 기억에도 선명한 연어색 크림 두바리인데추억을 뺏긴 것만 같아 허전하기 짝이 없었다. 이렇게 해서 온라인 화장품 구매는 끝났다. 성공기가 별로 없는 내 삶에 실패기를 하나 더 얹어 주고 일은 끝났다.

80년대 말부터 식품은 전화 주문 배달, 생필품과 의복, 가구 등은 카탈로그 우편 주문하며 살아왔기에 온라인 주문도 거부감이 없었던 건데, 우편 주문과 온라인 주문, 무엇이 다를까. 하도 실망하니 식구들이 이유를 찾아줬다. 우편 주문은 생산자가 직접 배송해 주지만, 온라인 주문은 중간 사업자가 배송하기도 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특히 아마존에서 프라임이 붙지 않은 건 중간 사업자 물건이기에 구매에 신중해야 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아이들 말 가운데 신뢰라는 말이 가장 빠르게 귀에 꽂혔다. 그러지 않아도 키 큰 노랑머리 할아버지가 상식과 질서를 휘저어 놓은 사회에서 살아내기 힘겨워 죽겠는데, 그를 닮아가나, 사업자들까지 신뢰를 저버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구나. 광풍 속을 걷는 이 느낌.

메일 도착 음이 울렸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쇼팽의 녹턴을 듣고 있어. 연주자가 누군진 몰라도 타건감이 좋아.” “타건감이 좋은 연주자 중엔 미치다 우치코도 있어. 사과를 모르는 일본인은 싫지만 그의 슈베르트 연주는 좋아해.” 화장실에 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치다 미츠코!

, 유폐 생활로 해서 드디어 두뇌의 해마에도 문제가 생기나 보다. 도대체 언제 풀려나나. 조만간 아무개 미치다가 소문으로 떠도는 건 아니겠지. 미칫다, 우짜꼬. 갓 블레스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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