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 프렉시트 아니어도 유로존·솅겐 탈퇴 가능
마크롱 대통령이면 안심?…EU 개혁 고삐 당긴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프랑스는 여성이 이끌게 될 것이다. 나 르펜이거나, 메르켈이거나."
프랑스 극우 대선주자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가 TV토론에서 중도파 에마뉘엘 마크롱 앙마르슈 후보를 일갈하며 한 말이다. 대선판을 지배한 반 유럽연합(EU) 감성을 보여준다.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를 사흘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EU는 골머리를 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U 탈퇴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건 극단주의자 르펜은 물론, 비교적 EU에 친화적인 마크롱조차 유럽에 적잖은 파열음을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 르펜 승리, EU 미래에 막중한 위협
르펜은 당선 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프렉시트(Frexit·프랑스 EU 탈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프렉시트는 브렉시트와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는 영국과 달리 유로존에 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경 간 자유이동을 보장한 솅겐조약에도 가입해 있다. 또 독일과 함께 EU의 정치·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하나된 유럽의 붕괴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물론 르펜이 깜짝 당선된다 해도 국민투표가 바로 열릴 가능성은 낮다. 의회가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 CNN은 이에 따라 르펜 대통령 임기에는 유로존 탈퇴 국민투표와 함께 유로화-프랑화 공존, 2년 동안의 솅겐조약 중단 연장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마크롱이면 안심?…'EU개혁' 고삐쥔다
유럽과 마크롱의 관계는 이보다 복잡하다. 마크롱이 당선된다면 EU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겠지만 마크롱도 선거를 뒤덮은 EU 반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마크롱은 선거 초반 EU에 친화적인 면모를 보였으나 지난달 23일 1차투표 이후 EU 회의론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반 EU 정서를 통해 표심을 얻은 르펜에 대한 견제이자, 자신의 고정 지지층이 아닌 유권자를 설득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극좌 장 뤽 멜랑숑 후보의 지지자들을 꾀어오려는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은 지난 1일 언론 인터뷰에서 EU에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EU가 계속해서 복잡한 규제를 개혁하지 않고 현재 상태를 고집한다면 이는 "배신"이라며, 개혁 실패는 프렉시트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롱이 EU 회의론자에 가까워 보일수록 르펜과의 대결은 쉬워진다.
현 사회당 정부의 디지털장관인 악셀 르메르는 "마크롱은 개혁 요구를 하면서 진심이었다고 본다"며 "EU를 현 상황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불가능하다. 이건 프랑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개혁은 곧 독일, 특히 앙겔라 메르켈과의 협상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CNN은 르펜이나 마크롱 모두 최근 진행되고 있는 브렉시트 절차를 활용해 EU 개혁을 실천할 것이라고 전했다. 브렉시트 과정에서 27개 EU 가입국은 자주 회의를 하게 된다.
프랑스 국민들은 오는 7일 투표를 통해 제25대 대통령을 선출한다. 3일 프랑스정치연구소(Cevipof) 조사에 따르면 마크롱은 59%의 지지율로 르펜을 20%포인트(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