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을 앞두고 25일 서울 광화문 KT빌딩 외벽에 대형 태극기가 내걸렸다. © News1 한재호 기자>
내년 '60세정년' 의무화 맞서 임금피크 도입 늘어...인건비 줄고 일자리 늘리고
대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임금피크는 정년을 늘리는 대신 늘어난 정년 기간동안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줄이는 제도를 말한다.
정년 연장은 법으로 규정돼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3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정년이 60세로 늘어난다. 기업들은 노사합의를 통해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법으로 정한 의무사항은 아니어서 기업마다 다양한 형태로 변형해 적용하고 있다. 연봉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기본급에 한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초기에 도입한 기업들은 삭감률이 높아 실효성 논란도 있다. 일부 기업은 근무 일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취지도 살렸다.
임금피크제는 당사자들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고 정년을 늘리면 줄어드는 월급봉투에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이다. 임금피크를 거부하고 희망퇴직을 했다간 앞이 막막하다.
◇KT 3월부터 임금피크 시행…56세부터 10%씩 삭감
KT는 3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내년부터 현재 58세로 돼 있는 정년을 60세로 연장한다고 25일 밝혔다.
KT는 이같은 내용의 노사협약을 지난 24일 합의했다. KT 직원들은 3월부터 만 56세 임금을 정점으로 정년인 만 60세까지 4년간 매년 10%씩 임금이 감액된다. 57세에 90%, 58세에 80%, 59세에 70%, 60세에 60%의 연봉을 받는 식이다. 기준은 피크 임금을 기준으로 하되 성과를 뺀 기본연봉이 감액 대상이다.
KT는 '시니어 컨설턴트' 제도도 도입한다. 이 제도는 정년에 도달한 직원 가운데 성과가 우수하고 전문성을 가진 직원을 다시 고용하는 방식이다. 직원들이 보유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게 도입취지다.
◇은행권 2005년부터 임금피크제 도입 시작
임금피크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3년이다.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기도 전에 금융권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검토됐다.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은행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
가장 먼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신용보증기금으로 2003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일부 공공기관과 은행권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
초기 도입된 임금 피크제는 다소 과격하게 설계됐다. 정년을 늘리기보다 임금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임금 피크를 선택하는 근로자들에게 과한 삭감률을 제시했다. 최근엔 임금피크제를 다시 손보는 은행들이 늘었다.
기업은행은 정년은 55세부터 60세까지 적용하는 임금피크제에서 1년차에 10%, 2년차 40%, 3년차 60%의 상당히 높은 감액률을 정했다. 4년차엔 60%, 5년차엔 70%까지 연봉을 삭감했다. 산업은행(2005년) 수출입은행(2005년) 등도 초기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이다. 비율에 차이가 있지만 다소 과한 삭감률을 적용했다. 수출입은행은 4년차에 90%의 감액률을 적용하기도 했다.
기준과 삭감률이 지나치게 높아 실효성 논란도 빚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은행의 임직원들은 56세가 되기전에 희망퇴직을 선택하곤 한다. 희망퇴직을 할 경우 위로금으로 몇 십개월치 월급을 받을 수 있어 임금피크제를 통해 정년을 연장하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자리 나누고 효율 높이고...변형 임금피크제도 속속
임금피크제의 실효성 논란이 생기면서 변형된 임금피크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유한킴벌리다.
유한킴벌리는 2006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하락 후 상승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유한킴벌리는 2006년 당시 정년을 55세에서 57세로 늘리면서 임금 피크 대상자들의 연봉을 입사후 5년차 수준으로 낮췄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연봉이 다시 상승하는 하락후 상승형 제도를 도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봉이 다시 오르기 때문에 근무 열의가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하나투어는 근무시간과 임금피크를 병행해 일자리를 나누는 제도를 만들었다. 즉 50~55세엔 20%를 삭감하고 주4일 근무를 선택하고 55~60세는 40% 삭감 후 주 3일 근무, 60~65세는 60% 삭감 후 주4일 근무하는 형태다. 근무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을 늘리는 1석2조 효과까지 노렸다.
지난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한국타이어는 A형과 B형으로 나누어 근로자가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A형은 55세~57세엔 임금을 동결하고 58세엔 5%, 59세엔 10%, 60세엔 15%를 삭감하는 형태다. B형은 55~57세 임금은 상승하되 58세엔 10%, 59세 20%, 60세엔 30%를 삭감한다.
◇대기업 2016년부터 시행...연간 10% 삭감이 스탠다드
대기업들은 2016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년 연장의 의무 시행에 맞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나 대부분 전년대비 10%의 연봉을 삭감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다만 직전 연도 대비 10%를 삭감하기 때문에 다른 기업에 비해 삭감률이 다소 적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6년부터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늘어난 정년만큼 매년 10%의 연봉을 삭감한다. 기준은 직전 연도다. 임금피크 시행 첫해엔 90%, 2년차엔 81%, 3년차엔 72.9%로 기본연봉이 줄어든다. SK텔레콤이나 LG화학도 직전 연도 대비 10%를 삭감하는 형태다.
많은 대기업들은 기준이 되는 피크 연봉에 매년 10%의 삭감률을 적용한다. KT도 피크 연봉을 기준으로 10%씩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SK하이닉스, 현대건설, 발레오전장 등도 비슷한 형태도 10%씩 연봉을 삭감한다. 임금피크제 시행 첫해엔 90%, 이듬해엔 80%, 3년차엔 70% 식으로 임금이 줄어든다.
재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과 맞물려 근로자와 사측이 첨예한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사안이다"며 "노사 양측의 합리적인 판단과 정부의 적극적인 갈등 해결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