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위헌 결정 내려도 10만명 중 5000여명만 구제 가능
간통죄 위헌 여부가 26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된다.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네 번에 걸쳐 모두 합헌 결정이 나와 이번이 다섯 번째다.
국가가 국민을 간통죄로 처벌하는 문제는 지금까지 끊임없는 논란을 양산해 왔다. 법이 개인의 사생활과 성적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는데다 처벌의 실효성도 없다는 게 위헌론의 요지다.
시대적인 요구와 헌법재판소의 종전 판단 추세를 보면 이번에는 위헌 결정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헌재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4번 합헌…이번에는 위헌 결정 날까?
간통죄는 1953년 제정된 형법에 규정된 이래 지금까지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네 번 올라갔지만 모두 합헌 결정이 났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의 위헌 의견이 있어야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
1990년에는 6대3, 1993년 6대3, 2001년 8대1 등으로 합헌 결정이 났다. 가장 최근인 2008년 10월에는 재판관 5명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정족수 1명 미달로 합헌으로 결정됐다.
2008년 당시 헌재는 합헌 의견으로 "혼인관계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간통죄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위헌 의견은 "간통죄 처벌 조항이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며 일부일처제와 가정보호에도 실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종전 심판에서 위헌정족수 6명의 목전까지 올라갔던 터라 헌재가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요구가 높아지는 시대적인 기대에 부흥해 위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재판관의 성향으로 결과를 미리 예측하기도 어려운 사안이라는 특성도 있다.
만약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간통죄 처벌 조항의 효력은 그 즉시 상실된다.
다만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면 한시적으로 효력은 인정되지만 국회와 정부는 헌재가 제시한 기간 안에 간통죄 법조문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위헌 결정 나면 파장 '어마어마'…구제 형평성 논란 일 듯
헌재가 간통죄를 합헌으로 보면 큰 혼란은 없겠지만 위헌 결정을 내렸을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헌법재판소법이 지난해 5월 개정되면서 위헌 결정에 따른 소급대상이 달라져 과거 간통죄로 처벌받은 이들의 구제 문제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개정된 헌법재판소법은 47조 위헌 결정의 효력에 관한 부분에서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부터 소급돼 효력을 상실하도록 규정했다.
다시 말해 간통죄가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가장 마지막 합헌 결정이 있었던 2008년 10월30일 이후 간통죄로 처벌이 확정된 이들만 재심이나 형사보상 청구로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형법이 제정된 1953년 이후 2008년 10월30일까지 간통죄로 처벌받은 사람들은 현행법으로는 구제를 받을 수 없다.
1953년부터 지금까지 간통죄로 처벌받은 이들은 대략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2008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간통죄로 기소된 이들은 총 5466명(구속기소 22명)으로 나타났다.
간통죄가 위헌으로 결정 나도 재심이나 형사보상 절차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이들은 5000여명에 불과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구제를 받을 수 없는 나머지 수만명이 형평성 문제를 주장하며 헌재에 위헌 결정의 효력을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47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한편 간통죄가 위헌으로 결정 나면 현재 각급 법원에 간통죄로 기소된 피고인은 처벌 조항이 없어지면서 면소판결을 받게 되며 수사 단계인 피의자는 불기소 처분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