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1㎞엔 1만7000여명 거주…학교·어린이집 등 10곳
인근 주민들 불안감 호소…정부 "무증상자 수용" 강조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입국하는 교민들이 충북 진천군 혁신도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격리 수용된다는 소식이 알려진지 하루가 지난 30일 오전.
전날 오후부터 인재개발원 정문 앞을 봉쇄하고 농성을 벌였던 진천 주민들은 이날 오전에도 현장에 모여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인근 주민들은 저마다 걱정을 토로했다.혁신도시에 거주하는 안모씨(63)는 "무증상자만 수용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뒤늦게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 않느냐"고 우려했다.이어 "주거밀집지역에 우한 교민들을 수용하겠다는 것은 바이러스를 퍼뜨리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우한 교민들이 수용될 인재개발원 입구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는 2198명이 거주하는 769세대의 아파트단지와 원룸촌이 형성돼 있다.일각에서 '산간지역 등 도심에서 떨어진 지역이니 불안할 이유가 없다'는 정보가 퍼지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인재개발원 반경 1㎞로 확대하면 1만7237명이 거주하는 아파트단지 10곳과 초중고교 4곳이 있다. 어린이집·유치원도 6곳에 달한다.이런 상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들어온 교민들이 생활하게 되자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인재개발원과 인접한 한국교원과정평가원은 30~31일 이틀간 직원들의 자율적인 공가 사용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한다는 차원이다.
![](http://image.news1.kr/system/photos/2020/1/29/4029805/article.jpg) |
충북 진천군민들이 29일 밤 우한 교민들이 수용될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2곳에 우한에서 귀국을 희망하는 한국인 720명을 분산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1.29/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
반면 주민들은 생활 터전을 비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부 주민들은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에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우모씨(66)는 "다른 지역 사람들은 수용시설이 오지라고 하는데, 와서 보면 바로 앞에 아파트단지가 있지 않느냐"며 "너무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그러면서 "수용시설을 결정하면서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최소한의 설명과정도 없었다"고 꼬집었다.인근 주민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또 있다.정부는 우한 교민 중 무증상자를 이곳에 수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만에 하나 유증상자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격리 치료가 진행될 수 있는 대형병원이 인근에 없기 때문이다.충북도를 비롯한 지자체가 정부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전날 정부 발표가 나온 뒤 충북 지자체는 일제히 "전염병의 주민전파 가능성이 매우 높아 임시생활시설로 부적합"(충북도), "입지특성을 고려했을 때 불합리한 결정"(진천군)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이처럼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도 정부는 우한 교민 수용시설을 재검토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각 시설의 수용능력, 인근지역 의료시설의 위치, 공항에서의 이동거리, 지역안배 등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것이다.특히 감염가능성 차단을 위한 '1인 1실 원칙'에 따라 방역통제가 가능한 시설을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정부는 또 공항 검사에서 증상이 없는 교민들만 진천과 아산 시설에 수용될 것이라면서 '무증상자 수용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이들에 대해서도 1인 1실을 원칙으로 상호접촉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입소기간 외부 출입·면회를 금지하는 등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이 같은 설명에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근 아파트 주민 등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이날 오전에도 주민 100여명이 인재개발원 입구에 나와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경찰은 673명을 투입해 주민들의 도로 점거 등을 차단하고 있는 상태다.한편 우한 교민들은 당초 이날 오후부터 차례로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