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탓 도내 학교 '학부모 없는 졸업식' 진행
대목 놓친 화훼업계…판매량 급감·생화 폐기처분 이어져
학부모 참석 금지 졸업식...대목 놓쳐 울상 제주 화훼업계
"졸업식 앞두고 늘린 물량인데 이거 다 폐기처분해야 돼요. 못 팔아요 이제."
31일 오전 제주시 아라동의 한 꽃집 뒤편에는 다 시들어버린 꽃더미가 널부러져 있었다. 언뜻 봐도 제 색과 생기를 잃어버린 꽃들이었다.한 해의 가장 큰 대목 중 하나인 졸업시즌을 앞두고 한껏 부풀어올랐던 이영석씨(59)의 기대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습격으로 한 번에 무너졌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며 제주도 내 학교들이 '부모님 없는 교실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부모님 손에서 아이들 손으로 건네지는 꽃다발들로 절로 화사해지던 졸업식 풍경이 사라진 것이다.졸업 특수만을 기다렸던 이씨는 안 그래도 힘든 경기에 들이닥친 감염병의 습격을 "어퍼컷을 맞은 거나 다름 없다"고 표현했다.그는 "판매량이 80% 정도 뚝 떨어졌다"며 "졸업식 시즌에 바짝 벌어서 임대료도 내고 먹고 살아야 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악재가 닥치면서 이쪽 업계는 연일 울상"이라고 말했다.특히 꽃 물량의 90% 이상을 육지에서 들여오는 제주 화훼업계 특성상 손해는 더욱 크다.졸업 시즌을 앞두고 각 꽃집이 평소 주문하던 물량의 120~130%를 발주했지만, 꽃다발을 찾는 손님의 발걸음이 끊기며 꽃들은 전부 폐기처분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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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중학교에서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이 교문 밖으로 나오고 있지만 꽃다발은 찾아볼 수 없다. 이 학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부모님 없는 교실 졸업식'을 치렀다. 2020.1.31 /뉴스1© News1 |
졸업식을 진행하는 학교 앞에서 꽃다발 판매 매대를 차리는 상인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졸업 시즌 매일같이 학교 앞으로 출근하는 꽃집 주인 박경숙씨(55)는 "학교마다 판매량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며 "확실히 신종 코로나 이후 학부모들이 졸업식 참석을 할 수 없다보니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토로했다.제주도 내 대학들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졸업을 줄줄이 연기하기로 결정하며 도내 화훼업계의 걱정은 늘어만 가고 있다.대학 졸업식의 경우 일반적인 초·중·고등학교보다 참석자 수 면에서 훨씬 규모가 커 영세 꽃집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대목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 확산한다면 전격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이씨는 "이제는 연기를 하거나 취소를 할 거면 미리미리 공지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라며 "만약 취소 일정을 일주일 정도 미리 알게 된다면 그만큼 주문 물량을 줄여서 손해를 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신종 코로나에 도내 학교 졸업식 줄줄이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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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확산하는 가운데 29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2020.1.29 /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
교육부가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함에 따라 다수의 인원이 몰리는 교내 행사를 축소해 진행하라는 지침을 세웠다.이같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제주도교육청 역시 각 학교에 '졸업식은 가급적 강당보다 교실 중심으로 실시하라'고 권고했다.이에 더해 학부모들이 학교 건물 안으로 입실해 졸업식을 참관할 수 없도록 조치한 학교들도 있다.이날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졸업식을 축소한 제주시내 학교는 초등학교 7개, 중학교 5개, 고등학교 13개다.졸업식이 2월로 예정된 학교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도내 대학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급히 학사 일정을 변경하고 나섰다.제주대학교는 당초 다음달 14일로 예정됐던 2019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일주일 뒤인 21일로 연기했고, 제주국제대학교 역시 다음달 7일로 잡아뒀던 학위수여식을 20일로 미뤘다.한라대학교의 경우 아직은 연기 계획은 없으나 내부 회의를 통해 학사 일정이 변경될 여지가 남아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