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당국자 "'대화 제스처'로 해석할 수 없어"
북한이 신형 지대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시험발사를 '대성공'했다고 자축하면서, 한편으로는 "남북합의를 철저히 이행하라"고 주장해 그 배경이 관심을 모은다.
앞서 북한은 지난 14일 오전 5시27분쯤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튿날인 15일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화성-12형이라는 미사일명까지 공개하며 "발사된 로켓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최대정점고도 2111.5㎞까지 상승비행해 거리 787㎞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미 본토와 태평양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있다는 현실, 섬멸적 보복타격의 온갖 강력한 수단이 우리의 수중에 있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오판해서도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도로 정밀화·다종화된 핵무기들과 핵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만들고 필요한 시험준비를 더욱 다그쳐나갈 데 대해 명령, 추후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정세론 해설을 통해서는 "한반도 평화는 우리와 미국 사이에 논할 문제로 한국이 끼어들 바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북한이 한국을 배제한 북미대화를 주장하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강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같은날 오후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베이징 대사관에서 소수의 외신 기자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기존 남북합의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북한은 이날 하루 동안 '화전양면(和戰兩面)'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를 두고 북한 외무성의 공식 논평이 아닌 만큼 재외공관 기자회견 차원으로 봐야한다는 주장과 함께 북한 대사가 당국의 지시를 받아 입장을 밝혔을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됐다.
이와 관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대화와 대결 모두 준비돼 있다는 입장"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지속되는 한 핵능력 고도화할 수밖에 없고, 한국의 새 정부의 경우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등 이행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간 합의 이행이) 잘 안되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해서 그런 것"이라며 "북한이 원칙에 따라서 핵 문제는 미국과 논의하고, 다른 경제문제는 한국과 논의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쪽에는 미국과 (대화를)하자고 하고. 한쪽에선 남북간 합의를 지키라고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이를 '대화의 제스처'로 해석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북핵은 국제문제인 동시에 남북간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접근해야 이 문제가 풀리고 (우리가) 핵문제와 관련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 주장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다"고 조언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