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공예·퍼즐 등 온라인몰에서 불티나게 팔려
긴 설 연휴가 마냥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가족과 친척이 모인 자리에서 나오는 취업과 결혼 얘기가 부담스러운 세대들이다. 최근 명절에 귀성을 포기하는 일명 '귀포족'이 늘면서 20, 30대가 힐링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21일 온라인 쇼핑 업계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대표 연령층인 20, 30대가 설 명절을 맞아 혼자서 취미 생활을 하거나 자신을 가꾸기 위한 상품을 많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간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그림 그리기, 공예, 퍼즐 등이 인기다.
국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에서는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최근 일주일 간 20, 30대가 취미용품을 구매한 건수가 지난해 설 연휴에 비해 61%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직장인들 사이에서 열풍인 '컬러링북(색칠공부 책)'이 대표적이다. 컬러링북, 유화 그리기 등 미술용품의 구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9% 급증했다. 도안이 미리 그려져 있기 때문에 색을 골라 원하는 위치와 크기 만큼 칠할 수 있고 뛰어난 실력 없이도 명화를 그릴 수 있다.
컬러링북 구매 후기로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다음에는 더 어려운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 '완성하고 나니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등 글이 올라오고 있다. 어린이만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그림 그리기를 통해 시간을 보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20, 30대가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퍼즐의 경우 고전 명화나 그림이 복잡하고 퍼즐 조각이 많은 제품이 주로 팔려나가고 있다. 옥션의 악기·취미 카테고리 부문에서 '명화 퍼즐 1000개'과 '퍼즐 1000개 세트'는 각각 1위, 3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에서도 퍼즐을 종류별로 내놓아 판매하고 있다.
나노 블럭을 이용한 미니퍼즐 맞추기도 20, 30대의 선택을 받고 있다. 동물, 건축물 등을 가로세로 8mm 사이즈의 작은 블록을 이용해 맞춰야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20, 30대가 구슬·비즈, 미니어처를 꾸밀 수 있는 토핑 등 공예·DIY 제품을 구매한 건수도 126% 늘었다. 피규어, 장식용 장난감들을 꾸밀 수 있는 '미니어처 토핑'은 과일, 나뭇잎, 스마일, 꽃, 쿠키 모양 등의 고무막대로 원하는 두께에 맞게 칼로 자른 후 글루건으로 피규어나 필기구 등에 붙이면 된다.
이와 함께 스파 또는 뷰티 모바일 이용권을 구매한 건수도 437% 뛰었다. 모바일 쿠폰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피자나 치킨 등 배달 음식을 구매한 건수는 같은 기간 130% 늘었다. 명절기간 혼자 음식을 차려먹는 대신 간편하게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옥션 관계자는 "설 연휴가 예년에 비해 길어진 만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많지만 1인 가구는 결혼, 취업, 승진 등 이슈를 피해 혼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려는 경우도 많다"며 "연휴가 긴 만큼 시간을 오래 투자할 수 있는 취미용품부터 피부 등을 가꿀 수 있는 마사지 제품까지 다양한 힐링 상품 판매가 눈에 띠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