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로 시베리아철도, 부산까지 다다르길" "한국과 북한, 유라시아 공동번영에 함께 하게 되길"
러시아를 국빈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우리 대통령으로는 사상 최초로 러시아 하원에서 연설을 통해 양국간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시간 오후 8시47분부터 9시5분까지 연설에 나섰다. 앞서 법률안 표결 이후 나갔던 의원들이 다시 들어와 문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다. 김정숙 여사 역시 별도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인들의 서재에는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투르게네프의 소설과 푸시킨의 시집이 꽂혀 있다. 나도 젊은 시절, 낯선 러시아의 지명과 등장인물을 더듬으며 인간과 자연, 역사와 삶의 의미를 스스로 묻곤 했다"라며 러시아에 대한 친근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2020년은 러시아와 한국이 새롭게 이웃이 된 지 30년 되는 해"라며 "우리 양국은 뜻깊은 수교 30주년에 맞춰 유라시아 발전을 위한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교역액 300억 달러, 인적 교류 100만 명을 달성하자는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국내에 한-러 혁신센터를 설립하고 모스크바에 있는 한-러 과학기술협력센터를 확대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 기초과학기술을 지닌 러시아와 IT 기술에 강점을 가진 한국이 협력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함께 선도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둘째, 극동개발협력으로 작년 '동방경제포럼'에서 '9개의 다리 전략'을 중심으로 양국의 협력을 제안했다"며 "가스, 철도, 전력,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 항만, 북극항로 개척 등 9개 중점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세번째로 국민복지 증진과 교류기반 강화를 예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의 '2024 국가발전목표'에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국민 보건 향상"이라며 "그 과제에 협력하기 위해 한국의 의료기술이 스콜코보에 함께하게 될 것. 러시아와 한국 기업의 협력으로 설립되는 최첨단 한국형 종합병원은 암, 신장, 뇌신경에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재활을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며, 러시아와의 3각 협력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러시아와 남과 북 3각 경제협력은 철도와 가스관, 전력망 분야에서 이미 공동연구 등의 기초적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3국간의 철도, 에너지, 전력협력이 이뤄지면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튼튼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간의 공고한 평화체제는 동북아 다자 평화안보협력체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내가 자란 한반도 남쪽 끝 부산까지 다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라며 "한국과 북한이 유라시아의 새로운 가능성에 동참하고 유라시아의 공동번영을 이뤄내는데 함께하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러시아어로 '발쇼예 스빠씨-바!'(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직접 말하며 연설을 맺었다.
이날 연설에는 일곱 차례에 걸쳐 박수가 나왔다. 특히 연설이 끝나고 기립박수는 30초가량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기립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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