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해 근접비행 추측…장착 무기따라 평양도 사정권
미국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23일(현지시간) 북한 동쪽 해상의 국제공역에 무력 시위비행을 펼친 가운데 어느 지점까지 비행했을지가 관심이다.
미국이 휴전선 최북단까지 올랐다고 설명한 만큼 남과 북을 가르는 해안선에 바짝 붙어 위협 비행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여러 대의 B-1B 랜서가 이날 F-15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했다"며 "21세기 들어 북한 해상으로 날아간 미군 전투기와 폭격기를 통틀어 이번이 휴전선(DMZ) 최북쪽 비행"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말하는 휴전선 최북쪽 비행이라는 것의 의미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 군은 B-1B의 정확한 비행 위치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한반도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추가도발 예고 등으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펼쳐진 B-1B의 비행 위치는 북한을 향한 위협의 강도를 나타낸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미국의 발표에 비춰볼 때 B-1B는 북한의 영공과 영해를 침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쪽에서 위도가 가장 높은 곳까지 해안선을 타고 올라갔다 온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은 우리의 카디즈(KADIZ)에 해당하는 방공식별구역을 따로 두고 있지 않아 해안선에 근접한 비행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B-1B가 북한의 영토로부터 12해리, 약 22km 떨어진 영해에 인접해 비행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에 주는 위협이 굉장히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해안에 붙어 있는 강원도 강릉에서 평양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300km정도에 불과하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아무리 미국이 북한을 위협한다고 해도 B-1B가 북한의 영해를 침범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영해 바깥에서 비행하더라도 어떤 폭탄을 장전하냐에 따라 북한에 주는 부담은 굉장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B-1B가 서울을 기점으로 휴전선 최북쪽을 비행했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이 휴전선 최북쪽에서 비행했다고 밝힌 만큼 서울에서부터 동북쪽으로 비행해 동해상으로 나간 다음 북측 영해 근처를 돌았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동해상에서 북한 영해에 최근접 비행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휴전선 최근접 비행을 했다는 말에 한국에 동의 하에 북한 영공을 침범하지 않는 육지 비행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 국장은 육지 비행이 북한에 주는 위협은 상당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B-1B가 북한의 영해에서 최근접 비행을 했다 할지라도 북한에 실체적 위협보다는 단순한 정찰 정도의 목적으로 비행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위협발언의 강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미국도 수위를 조절해가며 군사적 움직임을 펼칠거라는 분석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