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오른 한국당, 대여투쟁 수위높여…국민의당도 존재감
향후 정기국회도 충돌 불가피…與, 국민의당 포용? 견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됨에 따라 당분간 정국 경색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데 대해 자성하면서도 그 책임을 야당에 돌렸고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며 더욱더 강력한 대여 투쟁을 선언했다.
정치적 역학 관계도 복잡해졌다.
민주당은 잠재적 우군이라고 생각했던 국민의당을 잃었고 호남 출신인 김 후보자에 대해 상당수 반대표를 던진 국민의당 역시 호남에서의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보수의 적통을 놓고 차별성 경쟁을 벌이던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언제든 힘을 모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일단 가장 큰 내상을 입은 쪽은 역시나 민주당이다. 헌정사상 헌재소장 인준안이 부결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표결에 부친 인준안이 부결된 것도 이번이 첫 사례다.
여권에서 인책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정기국회 초반부터 단추를 잘못 끼면서 일단 주도권을 야당에 선점당했기 때문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곧바로 책임에 통감한다며 사퇴를 밝혔다. 물론 당내 중진의원과 지도부의 강한 만류로 곧바로 뜻을 접었지만 충격파는 만만치 않다.
원내관계자는 이날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무겁고 침통했다"고 관련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반면, 야당은 완전히 기세가 오른 모습이다. 이날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한국당 등 보수야당측에서는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승리한 표정으로 포옹을 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부결 직후 "부결은 상식이 이긴 것"이라고 평가하며 향후 더 강도높은 대여투쟁을 예고했다.
국민의당도 확실한 존재감도 드러냈다. 보수야당과는 결이 다른 국민의당이지만 언제든지 현 정부의 시책에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같은 정국의 흐름이 정기국회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상황에서 국회가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협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 때문에 여당의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당을 압박만 하기 보다는 포용도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재로서는 민주당은 야당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전히 견지하는 모양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재판소장 인준 부결은 탄핵 불복이고 정권교체 불인정"이라며 "탄핵을 완수한 국민이 바라는 적폐청산을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짓밟았다"고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청와대도 이례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내놨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오늘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특히 헌정질서를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선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야당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여야가 이 같이 강대강로 충돌하는 국면이라 당분간 경색된 정국은 피해가기 어려울 듯하다.
인사 문제로 감정이 상한 여당과 방송장악을 주장하며 투쟁을 외치고 있는 야당이 더 강하게 충돌할 경우 국회가 또다시 정쟁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향후 정기국회에서 여당의 전략이 변화될 가능성도 있다. 야당이 명분에 치중한다면 여당의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실리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한 중진의원은 "어쨋든 여당은 정기국회에서 결과를 얻어야 한다"며 "국민의당에 손을 내밀고 우군을 확보하는 등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