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제2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지난 9일 중국으로 출국하기 앞서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2014.11.9/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갈라 만찬서 70분 간 옆자리… 靑 "국장급 협의 등 다양한 현안 논의"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포함한 양국 간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향후 양국 관계 개선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11일 청와대에 따르면, 제2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전날 오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한 APEC 정상 갈라 만찬에 나란히 참석했다.
만찬이 열린 베이징 시내 '워터 큐브'(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영경기장)엔 아베 총리 부부가 박 대통령보다 먼저 도착했다.
행사장에 도착한 각국 정상들은 시 주석 부부와 악수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건물 내로 입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과 인사하며 담소를 나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도 인사하고 함께 대화하는 모습이 취재진에 포착됐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다소 거리를 두고 움직이는 듯 했다.
APEC 회의 참가국 정상들의 단체 사진 촬영 때도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서로 앞뒷줄 반대편에 서 있었다.
그러나 영어 알파벳순으로 배치된 만찬장 좌석에서 박 대통령 옆 자리에 아베 총리가 앉으면서 두 사람 간에 자연스런 만남이 이뤄졌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다른 편 옆자리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앉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위안부 등 양국 간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측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촉구해왔던 상황.
때문에 아베 총리가 이번 APEC 등 다자(多者) 정상회의를 계기로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우리 측에 수차례 전해왔음에도 청와대를 비롯한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혀왔고, 그 결과 한·일 정상회담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두 정상이 공식 석상에서 이번처럼 다자 회의 참석 등을 계기로 마주친 것 외에 그나마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것은 올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때가 유일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박 대통령의 만찬 참석에 앞서서도 아베 총리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출국 전 밝힌 바와 같이 아직 만날 계획이 없다"고 답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두 정상이 이날 만찬장에 나란히 앉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로 간에 오갔을 대화 내용에 정부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
이날 만찬 본행사가 약 70분간에 걸쳐 진행된 점을 감안할 때, 두 정상이 의례적인 인사 외에도 양국 간 현안 등을 화제로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만찬 뒤 브리핑에서 "한·일 두 정상이 옆자리에 앉아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관한) 양국 국장급 협의가 잘 진전되도록 독려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물론, 이번 만찬이 두 사람 외에 다른 나라 정상들까지 함께한 자리였던 데다, 시 주석이 11일부터 시작되는 APEC 회의 공식 일정에 앞서 각국 정상들을 환영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된 것인 만큼 두 정상이 위안부 문제 등을 거론했더라도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지진 않았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청와대 측은 위안부 관련 국장급 협의를 제외한 다른 대화 내용에 대해선 "두 정상 외엔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모습.
이런 가운데, 두 정상의 이번 만남과 대화 내용에 어느 정도의 정치·외교적 함의가 담겼을지는 추후 이뤄질 한·일 양국 간 제5차 국장급 협의에서 드러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