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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17 13:01
눈산조망대/ 미친 사람들의 총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6,289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미친 사람들의 총

 
한국인 산모들이 매년 평균 2,900여명씩 미국에 건너와 소위 ‘원정출산’을 감행한다는 뉴스가 몇 달 전 본보에 보도됐다병원 출산비용과 산후조리 비용 등을 모두 합쳐서 2~5만달러가 들지만 아까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015년 한해 미국에 와서 출산한 36,000여 외국인 산모들 중 대다수가 중국여성이고 한국여성이 두 번째로 많다고 했다.

이들이 뭘 모르는 모양이다. 요즘 미국은 세계 선진부국들 가운데 아기가 태어나기에 가장 위험한 나라다

최근 의학저널 ‘헬스 어페어스’가 그렇게 결론지었다. 영아 사망률, 교통사고 사망률, 특히 총기사고 사망률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높은 탓이다

물론 원정출산 여성들은 신생아의 미국시민권 취득 목표를 이루고 아기와 함께 귀국한다. 그래서 다행이다.

지난 2012년 미국 어린이5,862명이 총상을 입고 입원했다. 하루 평균 16명꼴이다. 병원에 실려 오기 전에 죽었거나 치료받고 돌아간 경상자 어린이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나마 3년전인 2009년 집계보다 20% 정도 줄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걸 다행이랄 수는 없다. 한국이라면 총상을 입고 입원한 어린이가 한 명만 나와도 톱뉴스가 될 터이다.

지난 14일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한 퇴학생이 1시간 이상 교실 안팎을 활보하며 AR-15 반자동소총을 난사해 학생과 교직원 17명이 숨지고 최소한 15명이 총상을 입었다

미국이지만 당연히 톱뉴스가 됐다. 올 들어 한달 반 새 18번째, 2013년 이후로 290번째 학교 총격사건이다. 매주 평균 한 건 이상 발생한 셈이다.

가장 충격적인 학교 총격사건이 2007 4월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의 버지니아 텍 대학에서 발생했다

한인 학생 조승희가 캠퍼스를 누비며 32명을 무차별 총격사살한 후 자살했다. 작년 10월 라스베이거스의 야외공연장 난사사건(사망자 58) 2016년 올란도의 동성애자 술집 난사사건(사망자 49)에 이어 미국의 역대 3번째 대량학살 참사로 기록됐다.

학교와 공연장과 술집만 위험한 게 아니다. 가장 평온해야할 교회도 불안하다. 텍사스주 사상최악의 대량학살 사건이 작년 11월 교회에서 터졌다. 시골 서더랜드 스프링스 교회 신자 26명이 한 자리에서 참살됐다. 지난 2006~2016 10년간 전국적으로 발생한 교회 총격사건이 147건에 달했다. 그 직전 25년간 일어난 137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젠 대량학살 사건(피살자 4명이상)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번에 참극이 일어난 파크랜드(인구 31,500여명)는 지난해 플로리다주 전체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선정됐다. 전해인 2015년 발생한 폭력범죄가 단 7건이었다. 사건당일이 발렌타인스 데이었다는 점도 이채롭다. 용의자인 니콜라스 크루즈(19)가 실연자라는 말도 나돈다.

미국에서 총기사고가 빈발하는 원인은 불문가지다. 총이 워낙 많이 나도는데다가 규제가 엉성하기 때문이다

미국 민간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각종 총기는31,000만 정으로 추산됐다. 이미 9년전 통계다. 매일 평균 92, 연간 3만여명이 총에 맞아 죽는다. 이들 중 1,300여명이 어린이다. 미국인들이 총에 맞아 죽을 확률은 영국인보다 무려 51배나 높다.

대량학살 총격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 규제법을 강화하라는 여론이 빗발치지만 연방의회는 여전히 마이동풍이다. 퇴학을 당할 정도로 소문난 말썽꾼이었던 크루즈는 작년에 총기구입 허용연령인18세가 되자마자 AR-15 반자동소총을 너끈히 구입했다

백인우월주의 단체 회원으로 민병대 총격훈련에 참여한 위험인물이었는데도 총기구입에 문제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크루즈를 다짜고짜 정신병자로 매도했다. 정신질환 경력자인 그가 AR-15를 구입한 것을 알았지만 총기규제의 ‘총’자도 언급하지 않고 정신건강 쪽으로 말을 돌렸다.

텍사스주 교회총격사건도 “총기에 관한 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단언했고, 라스베이거스 총격범 역시 ‘발광한 자’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자신이 제 정신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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