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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6-28 12:46
눈산조망대/ 자동차 사랑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581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자동차 사랑


얼마 전 출근길에 아파트 인근 버스 터미널을 지나다가 낯익은 옷차림의 여인이 눈에 띄었다.

그녀의 혼다 시빅 승용차가 아파트 주차장에 몇 주일째 요지부동이어서 실직했거나 장기 출타중인 줄로 알았었다(그녀의 주차자리는 내 도요타 프리우스 바로 옆이다). 이제 보니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그동안 승용차를 놔두고 버스로 출퇴근했던 모양이다.

올 봄부터 교회에 자전거를 타고 오는 젊은 집사가 있다. 40대 전문직인 그가 벤츠를 집에 놔두고 한 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고 교회에 오는 건 순전히 운동을 위해서다. 일요일엔 트래픽이 덜해 안전하다고 했다. 검붉은 그의 얼굴을 보면서 나도 걷거나 자전거로 출퇴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6마일 남짓한 내 출근길은 주말 산행거리와 비슷하다.

위의 두 사람 말고도 미국인들이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자동차를 덜 운전한다. 2차 대전 이후 해마다 뜨거워졌던 미국인들의 자동차 사랑이 60여년만에 시들해졌다. 미국인 운전자 1인당 주행거리는 월 평균 900마일이었던 2004년을 정점으로 한풀 꺾였다. 불황이 시작된 2007년 이후 감소폭이 더 커져 작년엔 820마일로 2004년보다 거의 10%나 줄었다.

미국인들의 자동차 사랑은 1950년대 중반에 불붙었다. 프리웨이가 깔리기 시작했고 개솔린값은 갤런당 30센트를 밑돌았다.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가 ‘리콜’ 걱정 없이 자동차를 쏟아냈다. 당시 거대한 소비자그룹으로 떠오른 베이비부머 세대에겐 자동차가 자유와 편의, 독립과 기회의 표상이었다. 마이홈의 연장이었고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의 잣대였다.

자동차를 몰고 옥외 영화관(drive-in)에 가서 차 안에 앉아 영화를 보고, RV(레크레이션 차량)를 타고50개주를 유람하는 등 자동차 문화가 몸에 밴 미국인들이 요즘 승용차를 덜 타는 게 경제여건 때문만은 아니라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그런 현상이 2007년 몰아닥친 불황보다 3년 앞서 시작됐고, 불황이 거의 회복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자동차 사랑에 찬물을 끼얹는 근원적 요인들이 있다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우선 출퇴근 시간의 숙명 같은 교통체증이다. 도로에서 하루 한시간 이상 허비하기 일쑤다. 운전이 재미가 아닌 고역이요 짜증이다. 도심에선 차를 운전하기보다 걸어서 가는 편이 더 빠르고 안전하다. 낮이든 밤이든 다운타운에서 노상주차장을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라이프스타일도 판이해졌다. 거의 모든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세상이어서 예전처럼 꼬박꼬박 자동차를 타고 매장에 갈 필요가 없다. 역시 온라인으로 화상통화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므로 직접 상대방을 만나러 외출할 일도 줄어들었다. 커피숍엔 으레 랩톱을 펴놓고 회사 일을 하는 직장인이나 강의를 듣는 대학생들이 죽치고 앉아 있다.

미국 청소년들의 전통적 ‘통과의례’인 운전면허 취득도 예전 같지 않다. 전체 19세 인구 중 면허취득자는 70%를 밑돈다. 20년 전엔 87%였다. 베이비부머들 중 운전 절정기(45~55)를 넘긴 중노년층이 크게 늘어났고, 전체 운전면허 취득자 중 여성이 남성보다 많아진 것도 주행거리가 줄어든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들은 불요불급한 운전을 삼가는 경향이다.

하지만 역시 주머니 사정이 더 문제다. 개솔린 값이 갤런당4달러를 넘어서 곧 5달러대에 진입할 전망이란다. 2014년형 새 차 평균가격이 31,000달러다. 젊은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현재 굴러다니는 모든 자동차(트럭 포함) 25,270만 대의 평균 나이가11.4년으로 사상 최고령이다. 16년 된 차만 5,300만대다. 고물 자동차는 운전할 기분이 별로다.

미국인들이 자가용을 덜 타든 말든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다. 내 차는 작아도 월간 주행거리는 미국인 평균치(820 마일)를 훨씬 웃돈다, 출퇴근에만 쓴다면 그 3분의1도 안 된다. 장거리 자동차 여행은 나의 30여년 미국생활 중 가장 큰 재미 가운데 하나였다. 시간은 짧고 갈 곳은 많다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에 또 어디로 뛸지 궁리하노라니 가슴부터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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