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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4-06 09:28
[시애틀 문학-정동순 수필가] 새야 새야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715  

정동순 수필가


새야 새야

 
바람소리와 물소리, 새의 노랫소리는 자연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평온한 음악이다
이 중에서 새들의 노래는 자연이 우리에게 들려 주는 화음 중에 으뜸이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창밖에 한창이다. 어느새 동이 터온다.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는 아침은 행복하다. 바야흐로 봄이 왔나 보다.

우리 집 주변은 그린벨트 지역이라 여러 종류의 새를 자주 볼 수 있다. 푸른 공단처럼 고운 깃털을 가진 새는 블루제이다. 블루제이가 울타리에 앉은 날은 모두가 아침을 먹던 수저를 놓고 숨죽이며 창 밖을 내다본다. 잔 움직임도 없이 우아하게 앉아있다가 순식간에 날갯짓을 하며 날아간다.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마당에 작은 새들이 포르르 날아다니는 것을 관찰하기도 한다. 마당의 아담한 모과나무를 좋아하는 것은 작은 참새들이다. 이들은 한꺼번에 몰려와 재잘거리며 정답게 놀다 가는 어린 아이들 같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반갑다.

지난 해의 일이다. 출근을 하려는데, 현관 앞에 건조한 풀잎과 이끼 등이 떨어져 있었다. 아이가 놀다가 버려둔 지푸라기인가? 얼른 쓸어 내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와 보니, 검부러기 무더기가 또 있었다. 아이가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는데 이상했다. 비로소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 보니, 현관등 위에 지푸라기 뭉치가 얹혀 있는 것이 로빈이 둥지를 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둥지를 트는 것은 알을 낳으려는 거다.

그거, 같이 동거할 것인지 아닌지 빨리 결정해야 해.”

새둥지 이야기를 했더니, 경험자인 분이 충고했다. 나는 현관문 위의 새와 동거할 자신이 없었다. 망설이다 전등갓 위의 지푸라기 뭉치를 쓸어 내렸다. 집 앞의 함박나무에서 주황색 배를 가진 로빈이 날카롭게 짹짹거렸다. 집을 부수지 말라는 피맺힌 절규였을 것이다. 무척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다시 집을 지으려 하지 못하게 전등을 비닐봉지로 씌워 놓았다.

언젠가 조류 독감이 뉴스에 주된 화제가 될 때였다. 화단에 비둘기가 뻣뻣하게 누워 있었다. 왜 하필이면 우리 꽃밭에 들어와 몸을 뉘었을까? 조류독감, 너무나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비둘기를 묻어줄 생각도 못하고, 남편이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 근처에 가는 것조차 꺼려졌다.

생각하면 지나친 반응이었던 것 같다. 새들의 노랫소리는 마냥 좋아하면서도 그 예쁜 모습만 보려 했지, 그들도 삶과 죽음이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는 아름다운 새들과 더불어 사는 계절들에 늘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새들이 내 안에 둥지를 틀려고 하면 한사코 마다했다. 그들이 본질적인 모습이 보이면 오히려 두려워하고, 도망치고, 애써 외면했다.

새를 대했던 내 모습을 되돌아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도 비슷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진정으로 함께 고락을 같이 할 준비를 하지 않고 늘 적당한 선에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흉허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진정으로 어울려 지내는 사람이 드물다.

새는 또한 나에게 문학과도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생각한다. 문학이 좋아 그 언저리에서 늘 맴돌면서도 글쓰기가 나의 생활에 물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을 거란 생각에 늘 문전박대해 왔던 것 같다. 겉으로만 좋아하면서 한 번도 내 안에 진심으로 그 아픔까지 품어 안은 적이 없는 존재. 그것은 나를 찾아오는 새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큰길 건너편에 키가 큰 코튼나무가 더없이 푸른 하늘에 부채살처럼 가지를 쫙 벌리고 서 있다. 갑자기 파란 하늘로 점점이 잎들이 날린다. 놀라서 바라보니 나뭇잎이 아니다. 한 무리의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계절이 바뀌기 전에 우리 집 마당에 놀러오는 치카디, 허밍버드, 정코 등 새들의 이름과 특성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다. 그리고 올해는 현관등 위에 집을 지으려는 새가 있으면 같이 살아보려고 한다. 신발 벗는 곳에 오물이 떨어지면 신문지로 받아내고 청소하면 그만이었을 것을…. 이 녀석들이 알을 낳고, 새끼들이 자라 훨훨 나는 모습을 보면 또 얼마나 신기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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