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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6-08 23:13
[시애틀 문학-이한칠 수필가] 바다, 아라 그리고 나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771  

이한칠(수필가)


바다, 아라 그리고 나

 
짭짤한 냄새가 그립다. 출렁이는 푸른 물결이 눈에 어른거린다.

내가 초등학생 때에 우리 가족은 부산으로 이사했다. 처음 만난 바다는 내 가슴을 뛰게 하였다. 원하는 것을 다 이루어 줄 것 같이 바다는 그렇게 내게로 다가왔다. 때마침 읽게 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용기와 인내심, 겸손, 도전 등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미래의 무한한 꿈을 바다와 함께 가꾸어 나아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학창시절, 해 뜨기 전에 해변을 달리곤 했다. 밤새 잔파도가 핥고 간 백사장은 밟기 아까울 정도로 고왔다. 한 발자국씩 힘있게 발 도장을 찍어 나갔다. 한참 달리다가 시뻘건 홍시가 된 일출을 바라보며 황홀경에 빠지기도 했다. 달려간 해변을 되돌아오면서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바다를 보며 내 가슴의 폭을 넓혀 보았고, 미동도 없는 잔잔함에서 평정심을 배웠다

또한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너울을 보고 인내를 가슴에 쓸어 담았다. 때로는 거침없이 몰아붙이는 노도의 강렬한 열정도 한껏 부둥켜안았다. 이렇게 바다는 나를 다스리는 지혜를 하나씩 짚어 주었다.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하기로 한 내게 아버지께서는 무량한 가능성의 바다와 관련된 일을 잘해 나아가라고 격려해 주셨다. 그리고 바다를 닮은 웅숭깊은 마음을 한결같이 유지하라고 하셨다.

바다는 늘 내 마음에 든든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처럼 풀기 어려운 일이 생겨 마음이 어딘가 설뚱할 때에는 바다를 떠올리곤 했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없을 것 같던 인내심이 생기기도 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많이 다니는 편이다

여행을 다닐 때도 바다에 인접한 곳에 갔을 때 한결 마음이 편한 것을 느꼈다. 그래서 꼭 하루라도 더 머물곤 했다. 이탈리아 여행 중에 밀란, 플로렌스, 아씨시, 로마 등에서 보낸 날들보다 바다의 도시인 베니스에서 하루를 더 머물렀다. 그렇게 바다는 내게 둘도 없는 편안한 친구인 셈이다.

나는 틈틈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살아온 경험을 내 생각과 느낌을 실어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비롯하여 형제들 그리고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서였다. 이를 알고, 평생 한글 사랑을 펼치고 있는 친구는 ‘아라’라는 필명을 지어 선물해 주었다.

큰 바다, 해양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인데 내게 딱 어울린다고 했다. 요즘은 나를 본이름 대신 아라라고 부르는 이들이 꽤 많다. 나도 아라라고 불리는 게 참 좋다.

딸 아이가 주류 신문사로부터 아버지날 특집 기사의 취재 요청을 받았다. 주제는본인의 성장에 아버지의 어떤 가르침이 있었느냐였다. 사진과 함께 신문에 게재된 인터뷰 내용은 아이가 아버지인 나에게서 받았다는바다의 교훈이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들 어릴 적에 바다가 갖는 포용성과 파도의 끈기, 노도의 열정, 그리고 무한한 해양 자원의 소중함을 이야기해 주었을 뿐인데, 그것들을 기억해 본인들의 생활 속에 접목시켰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내게 들려주셨던, 또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서 들었다는 바다 이야기는 계속 대물림되는 것 같다. 흐뭇한 일이다.

내가 알파벳 Sea(바다)로 시작되는 시애틀(Seattle)로 이주한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호수, 산 그리고 바다까지 골고루 갖춘 눈부신 환경의 시애틀은 누구나 반할 만한 도시이다

특히 짭조름한 내음이 그리울 때면 금세 바다를 만날 수 있으니, 내게는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내친 김에 아름다운 올림픽 국립공원을 돌아 미국의 최서단의 전망대에 서면, 태평양 너머 그리운 고국이 저만치에서 다가온다. 수평선을 향해 팔을 쭉 뻗어 보면 손가락 끝이 독도에 가 닿는 듯하다

시애틀에도 바다 사랑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지인은 동해가 한국해임을 고증하는, 1807년에 영국에서 제작된 지도를 발견하여 고국에 기증하였다. 다른 이는 동해를 영상에 담아 미 주류 방송에 방영했다. 영상으로나마 울릉도와 독도를 한 바퀴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지구 상에 바다 말고 하나로 통할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세상 구석구석에서 제각각 다른 모양으로 흐르던 물을 너그럽게 받아주는 바다. 이곳 저곳 영해가 나뉘어 있어도 바다는 그저 하나이다. 그런 바다를 닮고 싶다.

오늘따라 감칠맛 나는 짠 내음이 코끝에서 솔솔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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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4-06-09 09:30
답변 삭제  
내 고향 부산 바다가 그립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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