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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31 18:34
[서북미 좋은 시-문창국] 산정에는 흰 눈이 쌓여 있다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668  

문창국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부회장)
 
산정에는 흰 눈이 쌓여 있다
 
 
누구를 향한 구애인가
순결의 제단에 무릎 끓은 노신
 
흰 구름의 숨 막히는 유혹,
멈추지 않는 바람의 도전에 당당히 저항하는
 
우러러 드려지는 수만 소나무의 간절한 기도를
한마음으로 올려드리는 엄숙한 사제
먼 곳에서 찾아온 새들의 장언한 순례의 행렬
영혼이 깃들어 있는 절벽,
바위 틈에 돋아난 풀꽃의 간절한 소원
 
기도소리 드리는가
자학하며 가슴을 쪼개는 빙하의 통회를
지쳐 쓰러져 계곡으로 제 몸 던지는,
나뒹구는 비목의 아픈 몸짓
새롭게 태어나 물이 되어 흐르고 싶은
쓰러져 강이 되고 싶은
자신은 푸르게 멍들어도
모두를 용서하는 바다가 되고 싶은
 
산이 흘린 눈물이 흐르다 멈춘 곳
호수가 되고
손을 씻는다, 죄를 씻는다
시린 물의 통증이 가슴으로 전해진다
 
순결한 몸 드립니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주체할 수 없는 자기 앞의 삶을
결코 체념할 수 없는,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눈물을 드립니다
 
오직 하늘을 향한 염원으로
조금이라도 더 임께 가까이 가기 위하여
솟구쳐,
우러러,
산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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