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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5-29 14:43
[시애틀 수필-정동순] 금발의 사서와 문신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753  

정동순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금발의 사서와 문신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그녀는 왜 팔에 문신을 새겼을까
몇몇 중국 엄마들이 수군거렸다아름다운 금발의 사서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옷소매를 비집고 나온 팔목에서 푸른 무늬가 넘실거렸다

간혹 어깨나 팔에 장미나 하트 등의 작은 문신을 한 여성을 보기는 했으나 그녀처럼 온 팔뚝에 다 문신을 한 경우는 처음이었다자꾸만 그녀의 팔뚝으로 눈이 갔다.

내 또래가 문신했다면, ‘좀 놀았냐?’, 누가 물을지도 모른다등을 휘감는 용무늬나 팔뚝 문신은 뉴스에 심심찮게 나오는 조폭의 상징이 아니던가팔을 따라 올라간 용이 그녀의 하얀 등을 휘휘 감아 올라 여의주를 움켜쥔 모습아니면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며 발톱을 세우고 있다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동화적인 공상을 했다그녀의 팔등에 호랑이가 숨어 있다가 동화를 들으러 온 귀여운 아이들을 하나하나 납치해 가는….

같이 일하게 되어 조금 친하게 된 후, 동화책을 읽어주던 그 사서에게 팔뚝의 문신을 좀 보여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소매를 걷어 올렸다. 

푸른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다. 파도 위에 오리가 한 마리가 헤엄치고 강으로 연어 한 마리가 뛰어올랐다. 뭍이 나오자 키가 큰 전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 있고 푸른 산맥이 펼쳐지고 하늘엔 매가 날고 있었다. 한 폭의 수묵화가 그녀의 팔꿈치를 돌아 어깨까지 감싸고 있었다. 팔뚝을 휘감고 있는 용, 혹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 등, 나의 상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사서는 아주 친한 친구의 예술작품이라고 했다. 그녀에게서 예술작품을 몸에 새겼다는 자부심마저 느낄 수 있었다. 어쩜 그렇게 섬세하게 새겼을까? 편견을 내려놓고 보니 그 문양이나 음양이 도자기에 새겨진 그림보다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문신에 대해 품었던 생각을 그녀에게 들키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엄마의 쭈글쭈글한 팔뚝에도 푸르스름한 문신이 있었다푸른 점이 세 개나란히 찍혀 있었다처음에는 절에 다니던 엄마가 팔에 향을 태우는 의식을 하며 생긴 점이 아닐까 생각했다. 팔베개하다 심심하면 엄마의 팔뚝을 들어 그 점들을 살펴보곤 했다어느 날은 엄마에게 그 점에 대해 물어보았다.

“ 이 점은 부처님 점이 아니다. 어렸을 때 동무하고 같이 찍은 점이란다. 전쟁이 나고 여자고 남자고 일본 사람들한테 끌려가고 무서운 때였지. 혹여 우리가 어찌 되어도 나중에 알아보도록 동무하고 징표로 삼자고 찍은 것이지.”

엄마는 담담하게 말했다. 팔에 문신 점을 찍을 만큼 엄마는 친구들과 우정이 돈독했을까? 엄마는 그 후 동무들과 그 점들을 맞대볼 기회는 있었을까? 그 푸른 점 세 개는 결혼하기 전에 엄마가 저지른 작은 일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시대나 평균적인 잣대를 거부하고 밖으로 뛰쳐나간 젊은이들이 있었다. 20여 년 전에는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하는 젊은이들이 지탄받았다. 그보다 더 전에는 여학생들이 바지 교복을 입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학생들의 머리가 긴 것도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되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노란색으로 염색하는 것이나 성형하는 것, 심지어 남자들이 화장하는 것에 대해 특별하게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모습이나 행동을 민감하게 알아차린다같고 다름을 구분하려는 행동은 본능인 것 같다강아지가 낯선 소리에 귀를 쫑긋하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말이다.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취향을 가지거나 어울릴 때 소속감을 느끼고 안심한다

그리고 조금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경계하거나 안 좋게 말한다반면 다른 사람들과 뭔가 다르게 보이고도 싶어 한다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않는 것을 가지려고 하고 튀고 싶어한다같으면서 달라 보이고 싶어하는 이중적인 욕구이다.

금발의 미녀 사서와 문신. 사람들의 개성과 취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몸에 문신이 있다는 것만으로 혹은 피어싱을 했다는 것만으로 사람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일은 유보할 수 있겠다. 유연한 사고는 겉모습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느 날 학교에 얌전한 여학생이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하고 왔다아이들이 머리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 왁자지껄했다조용했던 아이가 그런 관심을 받고 싶어서 혹은 달라 보이고 싶어서 초록색 염색을 시도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예쁘게 잘됐네나도 보라색으로 머리를 염색해 보고 싶어나라고 보라색으로 염색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진심이었다. 점점 경직돼 가는 사고체계를 흔들어 줄 작은 일탈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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