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희 시인
유월의 은혜
밝은 아침 맑은 새 소리
상큼한 바람향기.
꽃잎엔 이슬
내 눈엔 눈물.
꽃이 핀 뜨락
향기에 취한 벌 나비.
가난한 나의 집
가득 찬 이웃 손님들
따뜻한 커피와 정담(情談).
어둡고 험한 세상
푸른 풀밭으로 덮어
상처 난 맨발 인도하는 당신.
꽃잎엔 이슬
내 눈엔 눈물.
<해설>
이 작품은 유월의 계절, 풍경, 삶의 은혜를 노래하는 서정적 찬가이다. 시인은 6월을 5감각(청,시,후,미,촉각)으로 체험하여
생동하는 심상으로 구상화시켜 독자의 공감을 획득한다. 그는 “밝은 아침”에 “맑은 새 소리”를 듣는
맑은 귀의 소유자이고 바람의 상큼한 향기를 취하는 후각의 시인이다. 그리고 “꽃잎”위의 “이슬”을 자신의
“눈물”의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영혼의 눈을 지닌 서정적 예술가이다. 제 2연에서 시인은 이 유월의 세계를 신성한 종교적 세계로 상승시켜 고난의 현실의 삶을 천상적 은혜의 삶으로 승화시키는
시적 모티브를 구축한다. 그의 집은 가난하나 언제나 이웃 손님들이 가득차고 따뜻한 커피와 정담을 즐기는
정신적 풍요의 낙원이다. 그리고 그가 사는 세상은 어둡고 험하나 그가 숭앙하는 신(“당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그 위에 푸른 풀밭으로 덮어 “상처
난 맨발”을 인도하는 은총을 입는다. 그리하여 꽃잎의 이슬처럼 그의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감사의 눈물로
변화된 은복(恩福)의 눈물로 써
지순하고 영롱한 사랑의 빛을 발현하는 것이다. 이 같은 슬픔과 기쁨의 이중적 심상이 투사된 눈물의 이미지를
축조하고 경건한 은혜주의적 주제의식을 부드러운 서정적 언어와 리듬으로 묘사하는 시인의 기량이 매우 참신하고 인상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영호 시인, 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