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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1-20 09:03
[시애틀 시-김재완] 멸치들의 결의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8,286  

김재완 시인/화가


멸치들의 결의


멸치들이
한 뜻으로 결의하였다
혹 그물에 끼어 
모가지가 부러져도
끝까지 입을 다물자고
그물터는 포획자의 기합에도
겁먹지 말고
꼭 입을 다물자고

태생이 치어라
고작 이끼 밖에 먹은 거 없고
그것도 부족해서 
늘 물로 배를 채우니
살 한 점 뜯을 것 없다

있는 둥 없는 둥 
변두리 얕은 물에서 
힘센 놈 눈치보며
이리저리 쫓기며 살아도 
남의 것 도둑질한 적 없고
살상한 적 없었으니

힘없는 우리 끼리
풀 한 잎이라도 나눠먹고
함께 어울려 놀고 
불량패 만나면
함께 막아내보지만
잡아 먹히면 그게 운명이리니 하고
속 편하게 살았노라

소박하고 단명하나
서로 싸우지 않고 버성기며 사노니
이만하면 치어생이 
족하지 않겠더냐

족한 치어의 비밀을
부러 입 벌려 떠든다고
어느 누가 듣겠느냐
후생들도 그리 사는 것이
좋을 터이니

바깥 세상의 
혼란스러움에 관해 
입을 다물지어다

마른 멸치들이 
야무지게 입을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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