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갑섭 시인(서북미 문인협회 회원)
신년시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진흙탕 세상
인형극의 꼭두각시처럼 팔딱이는 군상들
가증한 속임수로 헛된 희망을 퍼트리고
스스로를 목 조이는 교리의 사슬은 늘어만 간다
세상이 잿빛으로 사그라지는데도
도시는
요란하고 짙은 화장으로 거짓 젊어지고 있다
어디를 보아도 낯설지만 방심한 골목 한 구석만큼은
감추지 못한 피골이 상접한 채 방치되어 있다
수 많은 별들의 펄럭임이여
배부른 창녀는 황금으로 치장하고
진노의 잔에는 폐기물이 넘실대지만
생수는 메말라 버렸다
열 냥의 황금을 가졌는데도
한 잔의 생수를 구하지 못해 목은 타 들어가고
도처에서 번뜩이는 살기가 총구를 겨눈다
미쳐 날뛰는 증오와 복수의 악순환에도
태풍의 눈처럼 숨어서 침묵하는 비웃음이여
육지를 자르고 바다를 가르고 하늘을 넘나들며
폭군은 백성의 심장과 양심과 믿음까지 가른다
펄럭이는 수많은 별들아
이 일을 어찌할 거냐
어찌하여 빛을 잃은 별이 되고 말았는가
정의를 외치던 너의 손은 어찌 피로 얼룩졌느냐
자유를 위해 싸우던 네가 황금을 위해서 자유를 버렸느냐
만인의 자랑이던 네가 만방에 수치가 되고
만방의 희망이던 네가 만인의 지탄을 받는구나
어찌하여 민초여,
자신의 탐욕만을 주장하는 철면피에게 생명을 바치는가
어쩌자고 전쟁과 탐욕의 미치광이에게 인생을 내맡겼는가
어찌하여 비대한 늑대에게 살점을 떼어주는가
어쩌자고 자유와 평화의 이름으로 자유와 평화를 파괴하는가
무엇 때문에 이토록 우매해졌는가
비둘기는 피에 젖어서 날지 못하고
새벽은 아득한 어두운 밤이구나
진실을 대면할 때 정직해 질 수 있도록 준비하라
명철한 심지로 군중 속에 굳게 서라
부셔라 부시어라 쇠사슬의 굴레를 끊어버려라
자유는 용기 있는 자만의 피거름이다
꺾이고 또 꺾여도 꽃을 피워야 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자유여,피의 제단에 제물이 되자
이제는 눈을 가린 비늘을 걷어내자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아무리 쓰라려도 눈을 뜨자
깨어나자 일어서자
평화의 횃불을 높이 들자
전쟁을 멈추자
하늘이 열리는 날 숨어서야 되겠는가
새날을 맞이하여 새뜻을 품자
새로이 각오하자
새 해 새 아침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