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옥 시인
(서북미문인협회 회원)
눈썹만
웃는 봄
폐경기가
지난 아내는
비어
있는 자궁을 놀릴 수 없어
개나리꽃
같이 눈썹만 웃는 봄을 낳고 싶어 한다
삼
남매 떠난 방을 열면
노란
입술이 우르르 달려들어
개나리꽃이
온몸에 솟아
자궁이
가려워진다고 한다.
문을
닫아도 노랗게 조잘거리는
세
줄의 음색이 새끼줄처럼 팽팽하여
어미의
탯줄에 봄이 흐른다
어미의
젖줄에 꽃 진 자리가 있어
노릿노릿
눈웃음이 맺힌다
방을
쓸면 개나리 향기가 켜켜이 일어
코끝이
노랗게 물들고
후하고
풀어내면 어미의 몸에서
탯줄을
끊고 물방울만 한 울음소리가 굴러 나온다
양수
터진 봄빛에 몸이 젖어
아랫배가
산달을 헤아리는 꽃병을 안고
아내는
눈썹만 노랗게 웃으며 꽂혀 있다.
<해설>
봄은
사랑, 잉태,
그리고 출산의 계절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그의 아내를 봄을 상징하는 여성으로
그린다. 그녀는 “비어 있는 자궁”으로 “개나리꽃 같이 눈썹만 웃는 봄”을 잉태하는 욕망을 느낀다.
이 욕망은 삼 남매를 낳아 독립시킨 후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회복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이 여성성의 회복에 대한 주제를 작가는 매우 적절한 언어와 이미지로 표현하여 시 창작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개나리 꽃이 온몸에 솟아/자궁이 가려워진다고 한다” 와 “노랗게 조잘거리는/세 줄의 음색이 새끼줄처럼 팽팽하게/어미의 탯줄에 봄이 흐른다.”같은 묘사는 여성의 충만한 생명력을 표출한다. 이 작품의 백미는 작가는 그의 아내를 “산달을
기다리는 꽃병”속에 “눈썹만 노랗게 웃으며 꽂혀”있는 개나리꽃의 이미지로 형상화 하여 건강한 봄의 여인으로 회복된 초상을 투명하게 회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