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바치는 절절한 자전적 사모곡
작가뿐 아니라 나와 우리의 가족 이야기
몇 해 전인가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조용히 눈물만 주르르 흘려도 비행기 옆 좌석에 앉은 낯선 사람이 눈치챌까 신경이 쓰일 일인데,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의 원작을 책으로 다시 읽게 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영화 속 암으로 죽어가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가족들의 슬픔이 너무 아련하게 느껴졌던 기억에 다시금 집어 들게 된 책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의 감명 깊었던 대목들이
책 속에 그대로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영화는 원작에 매우 충실했고, 드라마 작가답게 책은 드라마 대본을 읽듯 캐릭터 간의 대화가 정갈하고도 매끄럽게 정리되어 있다.
책을 읽는 간간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엄마 역할을 했던 배종옥 씨의 말투와 억양이 그대로 귓전에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노희경이 엄마에게 바치는 절절한 사모곡’이라는 부제목을 달았다. 50대 중반에 일찍 암으로 돌아가신 작가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의 이야기보다 작가가 살아 생전에 어머니께 보답해 드리지 못한 사랑의 아쉬움과 자식으로서의 회한이 얼룩진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읽는 이의 가슴을 더 울린다.
허구가 아닌 작가의 실제 이야기이고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울림은 더 크고 깊었다.
영원한 이별이 사랑의 깊이를 보여준 건 아닌지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그 아픔에도, 작가는 이 책의 제목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지었다.
엄마와의 영원한 이별이 비로소 엄마에 대한 사랑의 깊이를 보여주기 때문에 작가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철없는 자식인 우리는 한평생 부모의 사랑만 받다 부모님과의 이별을 불쑥 맞이하게 된다. 죽음을 통해 이별을 맞이해야만 깨닫게 되는 것이 마치 모든 자식의 권리이자 당연한 처사인 양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별은 이미 늦긴 했지만, 우리를 진정한 자식으로 변화되게끔 가르쳐 준다.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던 장면은 주인공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온 가족들이 보여준 엄마를 향한 마지막 사랑의 모습들이다.
그
중에서도 평생 아내에게 무심했던 남편이 마지막으로 아내를 떠나 보내며 마음을 다해 솔직하고도 담백하게 자신의 사랑을 전한 그 손길이 애잔하지만 눈물 나게 아름다웠다.
그런 이별을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척 부럽고 행복해 보였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었다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이 게시물은 시애틀N님에 의해 2013-07-18 14:55:33 자유게시판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