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배우 류승룡의 이름 뒤에는 '인성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대학 동창 김원해, 이철민이 '(성공한 후)류승룡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 '전화번호를 물었더니 알려주지 않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며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류승룡은 영화 촬영 중이었던 상황. 소속사 프레인TPC 측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었지만, 이에 대해 류승룡이 직접 입을 열 기회는 없었다. 이후 3년이 지나 '염력'의 개봉을 앞둔 시점, 류승룡은 매체들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오해의 시발점이 된 방송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방송 직후 두 배우가 연락이 왔고,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미안해 했다는 것.
지난 24일 뉴스1이 만난 류승룡은 여전히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인 '7년의 밤'이 자신의 초심을 되찾는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너무 정신없이 바쁘게 앞만보고 달렸다. 쉬는 게 불안할 정도였다. 늦게 영화를 시작했고 아직 배가 고프다는 말을 많이 했다. 과거에는 사실 한 작품에 '거룩한 계보'나 그런 작품을 찍을 때 연기 생각을 하면서 감옥에서 자고 그랬다. 사형수 역할이니까. 익산 교도소 세트에서 혼자 잤다. 그렇게 했던,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 다시 온전히 24시간을 연기에 다 쏟아붓는 것을 해보고 싶더라"며 그런 생각을 하던 중 '7년의 밤' 제안이 들어온 사실을 알렸다.
이어 그는 배달 회사의 광고 모델로 유명한 것에 대해서 "내가 지분이 있는 줄 알더라. 주주인 줄 안다"며 "광고를 마흔 중반 넘어 처음 해봤다. 광고도 15초 상품이라 생각해서 최선을 다하고 싶은 욕심이 있엇다. 아이디어도 내고 미친듯이 했다. 광고주는 좋아했는데 배우여서 (이제는)좋은 배우로 남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염력'에서 류승룡은 전매특허 표정 연기로 힘없는 한 가장이 가공할 만한 염력을 갖게 되면서 경험하는 변화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7번방의 선물'에서는 '바보 캐릭터'의 뜨거운 부성애를 실감나게 표현했다면, '염력'에서는 빚 때문에 가족을 떠나 살 수밖에 없었던 소시민 가장의 페이소스를 표현하는 동시 딸에 대한 죄책감과 사랑을 드러내는 아버지의 내면을 균형감 있는 연기로 보여준다.
류승룡은 연기력에 대해서라면 이견을 가질 수 없는 배우다. 연기력 뿐만 아니라 '내 아내의 모든 것'부터 시작해 '광해, 왕이 된 남자'와 '7번방의 선물' 등의 작품을 통해서 '흥행 보증수표'로서의 명예를 얻기도 했다. '인성 논란' 후에는 절묘하게도 출연작의 흥행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상황. 초심을 다지며 '염력'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그가 논란을 딛고 대체불가 배우로서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