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배우 차태현이 전작 '헬로우 고스트'에 이어 다시 한 번 빙의 코미디물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친형인 차지현 대표가 제작한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는 차태현이 다른 누군가에게 빙의된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차태현에게 빙의됐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지만 그의 마음을 움직인 건 고(故) 유재하의 명곡들이었다. 영화 '복면달호'와 '과속스캔들'에 이어 음악이 접목된 작품을 선택한 이유엔 "특별히 선호해서는 아니다"고 하지만,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에 평소 좋아했던 노래가 테마로 있어 출연하기로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웬만하면 형이 제작하는 영화는 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그래도 형이 제작하는 작품들이 저와 관계 없이 잘 됐을 땐 기뻤어요. '끝까지 간다'가 잘 되면서 형이 자리를 잘 잡은 것 같아 다행이에요.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의 영화를 선호하기도 하지만, 웃기려고 작정하거나 과한 코미디를 선호하진 않는 것 같아요. 상황 자체가 재미있는 시나리오에 끌리고 자연스럽게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작품을 만나는 게 쉽진 않지만요. 제안이 오는 작품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휴먼 코미디 장르가 많아요. (웃음)"
개인적으로 출연 이유는 유재하 노래 때문이었어요. 전 유재하 노래 중에서 '그대 내 품에'도 좋아하고 '지난 날'도 좋아해요. '사랑하기 때문에'는 워낙 많이 부르는 명곡이고요. 유재하 노래에는 향수가 있잖아요. 워낙 명곡이라 많이 리메이크 되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유재하 목소리 그대로 나온다는 데 의미가 있었어요. 스토리가 새로울 건 없어 보이지만 '사랑하기 때문에'가 깔리니까 확실히 느낌이 확 달라지더라고요. 그게 음악이 주는 힘 같지 않나요."
'사랑하기 때문에'가 '차태현표 코미디'로 불리긴 하지만 차태현의 분량은 의외로 많지 않다. 차태현이 연기한 이형은 김윤혜, 성동일, 배성우, 선우용녀가 맡은 역할에 빙의하는 역할이기 때문. '헬로우 고스트'와는 반대 설정의 캐릭터인 만큼, 연기엔 큰 부담이 없었다. "그 당시와는 달리 그 분들이 저를 많이 관찰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차태현은 여학생 교복을 입기도 하는 등 코믹한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관객을 설득시킬 수 있는지 고민됐던 점이었다.
"워낙에 연기로는 말이 필요 없으신 분들이시니까 제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교복을 입고 코믹하게 나오는 것도 부담은 안 됐는데 얼만큼 관객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 고민되더라고요. 그게 초반에 잘 이해가 돼야 시간이 지나서 제 자신이 나오지 않더라도 어색하지 않고 잘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됐어요. 그래도 박근형, 선우용여 선생님 이야기가 너무 크게 와닿았고 임팩트가 크더라고요. 마무리도 시나리오 보다 깔끔하게 잘 됐어요. 그 이야기 덕분에 다양한 관객층이 공감하시는 것 같아서 다행인 것 같아요.
차태현은 상대 배우가 누구든 케미스트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남다른 재능이 있다.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유부남이라서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전지현, 손예진, 김선아, 송혜교, 하지원, 박보영 등 많은 여배우과의 호흡에서 상대도 빛냈고 그 역시도 빛났다. 차태현은 스스로도 "받아주는 스타일의 연기가 편하다"고 이야기했다. 누구 보다 돋보여야겠다는 욕심 보단 자연스레 호흡을 맞추다 보니 좋은 결과물로 나온 것 같다고도 털어놨다. 그러면서 "송혜교, 하지원과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그래서 너무 미안해"라고 웃었다.
"전 제가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연기 보다는 빵 터지든 소소하게 터지든 시나리오 자체로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좋아요. 재주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다른 분들에 비해 웃기는 능력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해요.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압도적으로 코미디 장르 영화가 많이 들어오니까. (웃음) 악역을 하고 싶어도 내가 악역인게 보이니까 스릴러도 안 되고. 하하. 그럼에도 이번에 차태현 장르라는 표현을 보고 정말 너무 좋았어요. 최고의 찬사 아닌가요."
특정 장르에 특화된 배우들을 두고 관객들은 이를 또 하나의 경쟁력이나 장점으로 높게 사지만 배우로서의 연기 고민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반드시 그 해답을 연기에서만 찾지 않았다. 차태현은 "새로운 시도를 해야 보시는 분들도 지겹지 않으실 테니까 늘 무엇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한다"며 "예능을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에 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해피선데이-1박2일' 고정 멤버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이 역시도 또 다른 고민을 낳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자신이 출연했던 예능 드라마 '프로듀사' 라준모(차태현 분) 대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예능은 어찌됐든 끝이 안 좋을 수밖에 없잖아요. '프로듀사'에서도 그런 대사가 있었어요. 망해야 끝난다고. 이거 얼마나 속상해. (웃음) 이래도 저래도 쉽지 않지만 전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게 정말 목표이기도 해요. 그만큼 좋으니까요. 신인 감독들과도 작업을 많이 했는데 흥행 타율도 힘도 많이 떨어졌어요. 그래도 신인 감독들과 작업하는 건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내가 남우주연상을 받지 않는 한 목표는 감독상이든 신인상이든 받게 하는 거예요. 내가 상 받은 것처럼 기분 좋더라고요. 어차피 전 후보에도 잘 안 오르니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