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와 송강호가 또 한 번 남우주연상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올해 만도 벌써 5번째 경쟁 구도다. 이들 뿐 아니라 하반기 각종 시상식에서 나란히 후보로 올라 상을 주거니 받거니 나눠 가진 작품들이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도 다시 한 번 그 가치를 인정받는 시간은 갖는다.
제38회 청룡영화상은 25일 오후 8시 40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진행된다. '청룡의 여인' 김혜수가 24년째 진행자로 나서며, 후배 배우 이선균이 함께 진행을 맡는다.
올해 한국 영화계는 의외의 성적과 평가를 이뤄낸 작품이 많았다. '악녀'(정병길 감독)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변성현 감독) 같은 젊은 감독들의 작품이 칸 영화제에 동시에 초대를 받으며 작품성과 영화적 가치를 인정 받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역시 칸 영화제에 초대를 받았지만, 결국 태생적 한계(?)를 이기지 못한 '옥자'(봉준호 감독)가 있었다.
또 약체로 여겨지다 입소문 만으로 의외의 성공을 거둔 '범죄도시'(강윤성 감독) 같은 작품도 있었으며, 한 편의 천만 영화('택시운전사')가 탄생했다. 위안부 소재를 신선하게 다뤄 좋은 평가를 받은 '아이 캔 스피크'(장현성 감독) 같은 영화도 있었고, 유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 기대감을 줬던 정통 사극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이 있었다.
이처럼 올 한해 극장가 의미있는 성적을 거둔 작품들이 많았던 만큼, 이번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느 때보다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먼저 청룡영화상 최고상이라 할 수 있는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남한산성'(황동혁 감독)과 '더 킹'(한재림 감독) '박열'(이준익 감독)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변성현 감독) '택시운전사'(장훈 감독)까지 총 다섯 작품이다. 다섯 작품 모두 '올해의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부일 영화상과 대종상, 더서울어워즈, 영화 평론가상에서 접전을 벌였던 '남한산성'과 '박열' '택시운전사'의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
'택시운전사'의 경우 대종상과 부일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남한산성'은 영평상에서, '박열'은 더서울어워즈에서 영화 부문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세 영화 모두 주요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쥔 바 있어 청룡영화상의 선택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전통적으로 청룡영화상은 흥행보다는 작품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 세 영화 모두 영화적으로도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라 더욱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감독상에서는 '박열' '택시운전사' '남한산성'과 더불어 '아이 캔 스피크' 김현석 감독의 등판이 돋보인다. 김현석 감독은 위안부라는 의미있는 소재를 특유의 감각으로 휴먼 코미디 장르에 녹여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박열'의 경우에는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 이준익 감독이 탁월한 연출력을 발휘해 '동주'를 잇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남한산성'은 문학을 영화적인 문법으로 훌륭하게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감독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부문은 남우주연상 부문이다. 부일영화상과 더서울어워즈에서는 송강호가, 대종상과 영평상에서는 설경구가 각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상황. 국내 3대 영화상 중 하나인 청룡영화상의 남우주연상은 송강호와 설경구 둘 중 누가 받아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수상자가 예상되는 부문도 있다.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 부문이다. 70대 여배우의 위엄을 보여준 나문희는 공효진(미씽: 사라진 여자), 김옥빈(악녀), 문소리(여배우는 오늘도), 염정아(장산범) 등 쟁쟁한 후배들을 제치고 수상 트로피를 쥐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나문희는 앞서 더서울어워즈와 영평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신인여우상의 경우 최희서가 부일영화상과 영평상, 대종상, 더서울어워즈를 석권한 바 있어 그 가능성이 더욱 높다.
그밖에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 신인남우상, 신인감독상 등에서의 각 영화들의 대결도 기대감을 모으는 준다. 특히 신인감독상에 올해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인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의 이름이 올라간 점에서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