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준에게 KBS 2TV 금토드라마 '고백부부'(극본 권혜주, 연출 하병훈)는 소중한 작품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건 물론 연기적으로도 많은 걸 배우고 얻게 해 준 작품인 덕이다. 손호준은 '고백부부'가 본인의 '인생 드라마'라며 애정을 표했다. 그만큼 애착이 크고 끝난 것이 아쉽다는 말 역시 덧붙였다. 올해 '고백부부' 최반도를 만나 고맙고 행복했다는 손호준을 지난 20일 뉴스1이 만났다.
'고백부부'에서 손호준은 38세 회사원과 30대 영혼을 가진 20세 대학생을 오가며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줬다. 완벽한 연기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손호준은 이런 좋은 평가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또한 자신 역시 최반도를 연기하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호평을 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나 혼자 '나는 배우다' 외쳐봐야 배우가 된다고 생각 안 한다. 많은 시청자들이 나를 인정해줘야 배우가 될 수 있는 거고 그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지금도 배워가는 단계다. 그런 내게 좋은 평가를 해줘 너무 고맙다."
"'고백부부'를 하면서 너무 많이 배웠다. 반도를 보면서 '우리 아버지도 이렇게 힘들었을 텐데 표현을 안 했던 거구나', '장모님한테 이렇게 해야 사랑받는 사위가 되겠구나', '가장의 무게 때문에 반도가 진주한테 이야기 못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부부끼리는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구나'를 알았다.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도 느끼게 됐다."
드라마에서 최반도는 아들 서진이를 향한 애틋한 부성애를 드러냈다. 반도와 서진이의 '부자 케미' 역시 드라마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극에서 반도가 서진이를 너무 예뻐해 '고백부부' 속 러브라인이 반도-진주가 아닌 반도-서진이냐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었다. 실제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을까. 손호준은 정말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나는 서진이와 연기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서진이로 나오는 아이가 아린인데 너무 예뻤다. 처음 만났을 때 어머니가 아린이에게 나를 아빠라고 소개하고 나도 '아빠한테 와야지' 그랬다. 그러다 보니 아린이가 진짜 내 자식 같았다. 그러다 아린이 친아버지가 오셨을 때 서운하더라.(웃음) 촬영도 수월하게 해 힘들지 않았다."
"내가 원래 아이를 좋아한다. 결혼하면 딸을 낳고 싶다. 신원호 감독님이랑 나영석 PD님도 딸이 있으신데 너무 예쁘다고 항상 이야기하시더라. 나는 무조건 '딸 바보'가 될 것 같다. 아린이 같은 딸을 낳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아린이한테 '아빠한테 와야지'라고 하면 내게 오는데 이게 되게 벅찬 느낌이다."
손호준은 결혼 역시 일찍 하고 싶다고 했다. 사이좋은 부모님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언제나 자신을 지지해주는 '맹목적인 내 편'을 만들고 싶다는 게 손호준의 바람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다. 부모님의 영향이다. 두 분이 예쁘게 잘 사신다. 만약에 제가 엄마랑 싸우면 엄마가 잘못했어도 아빠는 엄마 편이다. 저랑 아빠가 싸울 때 누가 봐도 아빠가 고집을 피우고 있는데 엄마는 아빠 편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빨리 내 편을 만들고 싶었다. 이제 내 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지금도 빨리 결혼하고 싶다."
'고백부부'에서 삶에 지친 38세 회사원 최반도는 어느 날 갑자기 20세 대학생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그저 인생을 리셋할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에 그저 기뻐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아내 마진주(장나라 분)를 배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깨닫고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타임슬립이 최반도에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된 셈. 실제로 손호준이 타임슬립을 한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을지 궁금했다.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 보고 싶다. 원래 당시엔 극단에 들어가 연극을 했었는데 돌아간다면 공부를 즐겁게 해보고 싶다. 그러면 지금의 나는 무엇이 돼 있을지 너무 궁금하다. 미련이 있는 건 아니고 호기심이다."
지난 10여 년 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손호준은 시간이 흐를수록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고백부부'를 통해서는 연기 스펙트럼을 더 확장하게 됐다. 이런 평가에 대해 손호준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할까. 배우로서 욕심나는 부분은 뭘까.
"언젠가 이순재 선생님이 '아직 연기를 잘 모르겠다'고 하신 걸 봤다.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제가 감히 연기를 알 것 같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한참 더 배워야 한다. 어떤 작품을 만나든 잘 소화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지금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배우고 쌓아가는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