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 레이크(Marie Lake)>
민대홍씨
부부 JMT여행기(3)
“배낭 무게는 자기 체중의 3분의 1정도로”
벌써 4일째다. 6일분 식량을 미리 보내놓은 뮤어 크레일 랜치(MTR)에 들러 일용 양식을 찾는 날이다.
이곳 구간을 지나는 트레커들은
중간에 한번 음식을 재공급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우리도 출발 3주전 약 20파운드의 식량을 우편으로 보냈다. 그래서 오늘은 7마일 정도만 걷는다. 그간의 다른 날에 비하면 오늘 하루는 완전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이곳에 들러 자기들의 식량을 찾아 정리하고 배낭을 다시 정리하는 작업으로 분주하다. 우리도
음식을 찾아 통에 쏟아보니 양이 너무 많았다. 당초 배낭에 메고 간 4일치의
식량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런 걱정은
우리에게만 있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랜치 한편에 놓여 있는 수많은 통에는 트레커들이 남기고 간 음식들로
식품 잡화점을 방불케 했다. 우리도 3분의 1정도는 남겨 놓기로 결정했다. 종이팩 와인(500㏄) 두 통은 결코 양보할 수 없어 꼭 챙겼다. 누가 알랴! 트레킹 중 별과 바람을 친구 삼아 마시는 한 모금의
달콤한 와인 맛을…
어제 찾은
음식을 둘러메고 5일차로 들어간다. 다소 가벼워졌던 어깨에
다시 힘이 들어가는걸 보니 무게 감이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트레커들에게 권장되는 배낭의 무게는 자기 체중의 3분의1을
넘지 않도록 돼 있지만 역설적으로 나는 체중에 따라 짐을 메는 게 아니라 짐 무게에 맞춰 체중을 늘려야 함을 잘 알고 있다.
오늘도
또 하나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셀덴패스(Selden Passㆍ1만860피트)다. 이번 여정 가운데 3번째 고개이다.
여느 때처럼 그저 걷다 보면 넘어갈 것이다. 랜치 옆의 캠프를 출발해 다소 느린 걸음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고개에 도착한다.
“오마이~ 갓!” 눈앞에 펼쳐진 매리 레이크(Marie Lake)의 장관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비경이다. JMT가 특별한 이유는 이렇듯 자연을 그대로 두기 때문이다.
경관에
흠뻑 취해 이리저리 수없이 카메라를 혹사시키며 명품의 장관을 주워 담는다. 하지만 늘 느끼는 것처럼
사진기가 어찌 인간의 눈만 하랴! 이번 트레킹을 위해 하루에 하나씩 모두 10개의 배터리를 준비해갔다.
JMT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트레커 수를 철저히 제한한다.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세계적 비경을 가진 이곳을 열망하지만 한해 입산허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고작 500~600명이다.
야영허가(Wilderness Permit)도 필요하다. 트레일 코스의 원하는
구간과 날짜를 신청해야만 입산이 허락된다. 트레일 신청은 입산 예정일로부터 정확히 6개월 전에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한다. 신청자가 많은 인기 지역은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가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러기에 JMT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금까지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JMT는 미국 국립공원 당국의 관리는 물론 이 곳을 찾는 트레커들로부터도 보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트레일은 등산로의 확장과 침식을 막기 위해 지그재그 형태로 길이 나있다. 트레커들은
길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자연보호에 동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