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책으로
워싱턴대학(UW) 한국학 도서관이 매월 마련하고 있는
교양 프로그램 ‘북:소리(Book Sori)’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동안 책ㆍ가족ㆍ자신 등 일반 한인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주제를 다뤄왔던 반면 지난 14일 열린 네번째 행사에서는 다소 전문 분야라 할 수 있는‘경제’를 다뤘는데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매달 이어지는 ‘북:소리’의 주제가 앞으로는 과학 등 보다 전문적인 분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이날 강사는 웨스턴 워싱턴대학(WWU) 경영학과 김종욱 교수였고,
그는 영국 캠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가 쓴 <그들이 말하지 않는23가지>란 책을 중심으로 ‘왼손잡이
경제학’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자유시장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아"
평소보다 30분 정도 긴 2시간 정도 진행된 이날 강연에는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는 물론 정치,
행복, 부자 등과 관련된 질문들이 쏟아져 열기가 후끈했다.
김 교수는 첫 번째 주제로 ‘자유시장’을 다뤘다. 장 교수가 책에서 분석한 바로는 자본주의가 지향하는 소위 ‘자유시장’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결론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장 잘 돌아가는 증권시장에서마저도 ‘공정한 룰에 따라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규제라는 것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미국은 잘사는 나라인가?"
그러면 자유시장 경제의 선봉에 선 미국은 잘 사는 나라인가도 이날 강연의 큰 화두였다.
맥도널드의 빅맥을 살 수 있는 화폐의 가치를 따지는 빅맥지수 등을 통해 각국 구매력의 차이가 있으며, 이를 기준으로 미국은 잘사는 나라가 맞다.
하지만 문제는 '잘 산다'는 것이 단지 많은 물건이나 재화를 살 수 있는 구매력 뿐 아니라 통상적으로 '삶의 질'로 불리는 의료보험과 같은 복지나 여가생활 등도 고려가 돼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과연 미국이 '잘 산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장 교수는 책에서 반문한다.
이같은 반문의 연장선 상에서 실제 미국인들이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문제의 근저에는 바로 자본주의의 패악인 ‘부익부빈익빈’이 주범으로
존재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실제 미국 상위 10%가 차지하고 있는 소득의
비율은 현재 전체의 50%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1920년대 말 대공황
때와 맞먹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빈부격차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경제는 결국 자원배분의 문제”
김 교수는 “자유시장의 경제는 ‘자원을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 것이냐’는 문제로 귀결된다”며 “공정한 경쟁 룰이 통하고, 부와 권력이 너무 집중되지 않는 사회나 경제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부와 권력이 집중된 사회일수록 그것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창의적인
생각이나 도전 등으로 이뤄질 ‘사회나 역사 발전’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잘 지적한 책으로 김 교수는 대런 애쓰모 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이 저술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를 꼽았다.
이 책에서는 과거와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펼쳐졌던
다양한 정치와 경제 제도를 소개하고 있는데 결국 국가가 실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착취적인 정치와
경제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도 대표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학이 나라를 잘살게 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또 하나의 주제로 ‘교육이 나라를 부자로 만들 수 있는가’를 꼽았다. 장 교수는 여러 통계 분석을 통해 “교육 수준이 나라 잘사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는 논지를 폈다.
장 교수는 <그들이 말해주지 않는 23가지>에서 대학이 취업을 하는데 서열을 매기는 기능을 하고 있지만 자아실현을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바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산성 높은 기업에서 일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교육’에 관련해서는 장
교수와 뜻을 상당 부분 같이 하면서도 일부분은 다르다는 점을 내비쳤다. 김 교수의 생각으로는 대학은 일종의 서열을 매기는 곳이고,
결국 대학에서 교육을 받는 것은 사회로 나가 취직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질을 평가받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 학부과정이나 대학원 석사 과정에는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문제해결능력이나
논리적 사고 방식을 배우는 측면이 강하다”며 “스스로 문제해결을 하고
논리적 사고력을 길러 생산성 높은 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교육에 치중하는 것이 올바른 고등교육기관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교수는 한국 경제 문제를 지적하고 재도약의 방향타를 제시하는 책으로 삼성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정구현 박사가 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란 책을 읽어보도록 권장했다.
PS1:현재 시애틀N에 교육칼럼과 블로그 형식의 교육이야기를 쓰고 있는 교육전문가 대니얼 홍이 지적한 교육이나 대학의 문제도 이날 '북:소리'와 일맥 상통한 점이 적지 않았다.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길
AP통신은 9월10일 미국 UC버클리, 프랑스 파리경제학교(PSE), 영국 옥스퍼드대 등 3개 대학 경제학자들이 1913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국세청(IRS)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상위 1% 부자의 가계소득 비율은 전체의 19%를 넘어섰고 상위 10%의 소득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48.2%에 달했다. 이는 대공황기 직전 미국의 증시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1928년 이래 최대 수준이다.
또 지난해 미국 상위 1%의 소득은 20% 가까이 증가한
반면 나머지 99%의 소득은 단 1% 증가하는데 그쳤다.
미국 내 소득 불균형은 지난 30년간 계속됐지만 지난해 그 격차가 특히 두드러졌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버클리대의 이매뉴엘 사에스는 "내년 1월부터 자본소득 과세가 강화되는데 대비, 부자들이 주식을 팔아 현금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신흥국 저임금 노동자의 증가와 기업들의 아웃소싱, 그리고 시설 현대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도 빈부격차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미국의 상위 1% 부자들은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2007~09년 주가 폭락 당시 이들의 소득은 36% 이상 줄어, 나머지 99%의 소득 하락(11.6%)보다 훨씬 많이
감소했다.
그러나 2009년 하반기 기업이익이 늘고 주가가 급등하면서
상황이 반전돼 이후 3년간 미국 내 전체 배당수익의 95%가 상위1%에게 돌아갔다.
이번 소득 집계에는 임금과 연금 수당, 주식배당금 및 기타 자산매각에 따른 자본소득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