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2024-04-27 (토)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작성일 : 14-03-15 23:07
눈산조망대/ 스팸 부대찌개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977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스팸 부대찌개
 

요즘엔 거의 누구나 하루 일과를 이메일 점검으로 시작한다. 나도 출근하자마자 습관적으로  이메일부터 체크한다. 한국의 가족과 친구들이 보내온 안부메일, 본사 공문, 관공서와 사회단체의 보도자료, 원고청탁이나 조회의뢰 등이지만, 그보다 상품광고나 선전문 같은 쓰레기가 많다. 소위 ‘스팸(SPAM)’이다. 하루만 청소하지 않아도 메일 통이 넘친다.

이런 너절한 이메일을 인스턴트 돼지고기 가공식품인 ‘스팸’으로 부르는지 분명치 않다. 일설엔 영국의 인기6인조 코미디-뮤지컬 그룹이었던 ‘몬티 파이슨’의 1970 BBC-TV 시리즈와 유관한 것으로 있다

극중에서 바이킹으로 분한 이들은 스팸 요리만 파는 식당에서 “스팸!”을 연호하며 다른 고객들의 대화를 압도한다. 스팸 메일과 닮은꼴이다.

지난 뮤지컬 ‘스패멀롯’(Spamalot) 시애틀5 극장에서2개월간 공연된 막을 내렸다. 몬티 파이슨의1975 영화가 바탕이고,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한 포도주 잔인 ‘성배’를 찾아 헤맸다는 아서왕의 전설이 주제다. 역시 아서왕 주제의 히트 뮤지컬 ‘카멜롯’을 ‘스패멀롯‘으로 이름 붙인 것도 스팸과 파이슨의 인연을 내세운 같다.

스팸 이메일이 70년대에도 문제됐었는지 아리송하지만 식품가공회사인 미네소타의 호멜 푸즈는 1937 창립이후 스팸깡통을 스팸 이메일처럼 쏟아내고 있다.

코카콜라처럼 미국은 물론 세계 거의 모든 마켓에서 있다. 2 세계대전 중엔 미군과 영국, 프랑스, 소련 연합군에게 1 파운드가 넘는 스팸이 공수돼 장병들의 허기를 달랬다.

스팸 이메일처럼 스팸 자체의 이름도 배경이 명확하지 않다. 창사당시 100달러 상금을 내건 제품명 공모에서 당선된 작품이라지만 대문자로만 쓰는 SPAM’이 무엇의 약자인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다. ‘특별가공 미국고기(Special Processed American Meat) ‘돼지 등심 (Shoulders of Pork & Ham) ‘양념된 (Spiced Ham) 추측만 난무한다.

지난 1월말 설을 앞두고 뉴욕타임스에 흥미 있는 기사가 실렸다. 미국에선 정크푸드인 스팸을 홈리스들이 주로 먹지만 서울의 롯대 백화점에선 멋지게 포장된 스팸박스가 수입 와인과 함께 고급 선물용으로 불티나게 팔린다고 했다. 작년에만 23,500만달러( 2만톤) 어치가 팔렸고 미국을 세계에서 스팸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었다고 했다.

기사는 한국동란으로 피폐된 50년대 한국인들이 먹을 있는 고기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PX식품’이 거의 유일했다는 노인의 말을 인용하고, 스팸은 당시 ‘돈 있고 좋은’ 사람들이나 먹는 고급 고기였다고 덧붙였다. 미군기지 쓰레기통에서 수거된 스팸, 소시지 고기 찌꺼기가 암시장으로 빠져나가 ‘부대찌개’의 재료가 됐다고도 했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떴지만 스팸 소비량은 늘어만 간다. 전시경험이 없는 신세대들에도 인기가 높다. 스팸 김치찌개, 스팸 볶음밥, 스팸 김밥, 스팸 두부조림, 스팸 샐러드, 스팸 스테이크 요리법이 수십 가지다. 도심 거리의 고급식당들 사이에 으레 부대찌개 전문식당이 끼어 있다. 시애틀에도 부대찌개를 먹을 있는 한국식당이 있다.

나도 스팸의 광팬이었다. 70년대 후반 본사 연수생으로 LA에서 2년간 자취하며 엄청 먹었다. 당시 서울에선 회사에 들르는 ‘미군부대 아줌마’의 바구니에서만 구경했던 스팸을 아파트 구멍가게에서 팔고 있었고 값도 쌌다. 프라이팬에 굽지 않아도 훌륭했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었다. 지금은 아내의 ‘금단 정크푸드 리스트’에 올라 있어 구경도 못한다.

정크푸드로 지목됐지만 스팸은 승승장구한다. 창사22년만인 1957년에 10억 개를 팔았고70년만인 2007년에 70억 개를 팔았다. 쓰레기로 구박 받는 스팸 이메일도 날로 창궐한다. 아마도 보내는 사람들이 스팸만 먹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아내 몰래 스팸 부대찌개가 먹고 싶어진다. 요즘처럼 을씨년스런 시애틀 날씨에는 그게 제격이다. 


**윤여춘 고문의 <눈산조망대> 목록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Total 33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225 눈산조망대/ ‘믿거나 말거나’ 시애틀N 2014-11-22 4982
224 눈산조망대/ 스팸 부대찌개 시애틀N 2014-03-15 4979
223 눈산조망대/ 트럼프의 짝사랑 시애틀N 2019-03-16 4972
222 눈산조망대/ ‘갓 블레스 아메리카’ 시애틀N 2019-04-27 4964
221 눈산조망대/ ‘미국을 원주민 나라로’ 시애틀N 2016-07-23 4963
220 눈산조망대/ 닭의 머리가 될지언정… 시애틀N 2016-12-31 4960
219 눈산조망대/ 용서하되 기억하기 시애틀N 2019-02-23 4957
218 눈산 조망대/ 국화 옆에서 시애틀N 2015-10-24 4950
217 눈산조망대/ ‘시혹스 시애틀’ 시애틀N 2015-01-24 4945
216 눈산조망대/ 아무 것도 아닌 날 시애틀N 2015-04-18 4945
215 눈산조망대/ 빈 둥지의 캥거루 시애틀N 2016-05-28 4945
214 눈산조망대/ 잘 살기, 잘 죽기 시애틀N 2017-11-04 4941
213 눈산조망대/ 피닉스 단상 시애틀N 2015-01-31 4940
212 눈산조망대/ 지금 몇 시인가요? 시애틀N 2015-03-07 4939
211 눈산조망대/ 고독한 경주 시애틀N 2015-03-14 4937
 1  2  3  4  5  6  7  8  9  10    



  About US I 사용자 이용 약관 I 개인 정보 보호 정책 I 광고 및 제휴 문의 I Contact Us

시애틀N

16825 48th Ave W #215 Lynnwood, WA 98037
TEL : 425-582-9795
Website : www.seattlen.com | E-mail : info@seattlen.com

COPYRIGHT © www.seattlen.com.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