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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23 06:19
눈산조망대/ ‘후기 중년’ 세대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539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후기 중년’ 세대

몇해전 한국 식품점에서 본국 어느 고장의 특산물 직판장을 기웃거리다가 여성 판매원으로부터 “아버님, 이 젓갈 맛좀 보세요”라는 말을 듣고 적이 당황했다. 

아버님이라니? 그녀는 결단코 내 딸이 아니다. 아내는 무덤덤했지만, 만약 미국인 남자가 낯선 젊은 여자에게서 ‘대디’라는 호칭을 들었다면 아마도 부인이 “숨겨둔 딸이냐”며 닦달했을 성 싶다. 

물론 그녀가 나를 아버님이라고 부른 건 다른 적당한 호칭이 없을뿐 더러 고객을 부모처럼 대한다는 의사표현임을 이해한다. 나는 손자손녀를 뒀지만 내 며느리 또래의 그 판매원이 ‘할아버지’라고 불렀더라면 시큰둥했을 터이다. 아저씨‧아주머니‧할아버지‧할머니가 오래 전에 가족호칭의 울타리를 벗어난 후 이젠 아버님‧어머님 호칭도 일반화돼가는 모양이다.

이런 호칭들은 나이가 두루뭉술하다. 예부터 특정 나이를 지칭하는 한자이름들이 따로 있었다. 

지학(15세), 약관(20세), 이립(30세), 불혹(40세), 지천명(50세), 이순(60세), 환갑(61세), 진갑(62세), 고희(70세), 희수(77세), 산수(80세), 미수(88세), 백수(99세) 등이다. 대체로 불혹~이순 세대는 아저씨‧아주머니, 고희 이후세대는 할아버지‧할머니 호칭이 걸맞다.

애매한 ‘아저씨 세대’ ‘할아버지 세대’보다 정확하게 10살 단위로 구분한 공식통용의 연령층 호칭이 있다. 청소년(12세이후 10대), 청년(20대), 장년(30대), 중년(40대), 초로(50대), 노년(60대 이상) 등이다. 하지만 이런 호칭도 부정확하긴 매한가지다. 인생 100세 시대인 요즘세상에 50대를 초기노인(초로), 60대를 노인으로 불렀다가는 따귀맞기 십상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노인은 65세 이상을 지칭한다. 은퇴 후 사회보장연금을 받는 세대지만 본인들은 대부분 자신을 노인으로 생각지 않는다.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나라마다 ‘노인 아닌 노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4,800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5%를 점유한다. 2060년엔 9,800만명으로 늘어나 4명중 1명이 노인으로 치부된다.

한국은 더 심하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707만 6천여명으로 전체의 13.8%지만 2060년엔 41%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인구 가운데 거의 두명 중 한명이 노인인 셈이다. 세계 최고 고령사회인 일본은 65세 이상인구가 이미 28%나 된다. 그 뒤를 모나코, 이탈리아, 독일, 핀란드, 불가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등이 고만고만하게 잇는다.가히 노인세상이다.

미국인들의 노인 호칭은 한국보다 더 애매모호하다. 뭉뚱그려서 ‘elderly’로 부른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최근 급증하는 미국의 노인인구 비율 중 75%를 소위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출생)가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떼거리로 은퇴하고 있는 이들은 'elderly'로 불리는 걸 싫어한다. 은퇴를 긴 여생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본다.

언젠가 시애틀타임스에서 나이 호칭을 세태에 맞게 '업데이트'하자는 한 베이비부머 세대 언론인의 칼럼을 읽었다. 그녀는 자신이 70을 넘겼지만 아직도 건강하고 활동적이라며 나이를 10살 아닌 20살 단위로 나눠 20세까지를 아동세대, 20~40세를 청년세대, 40~60세를 초기 중년세대, 60~80세를 후기 중년세대, 80~100세를 노인세대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한마디로 80세 이상만 노인으로 대우하자는 얘기다. 그녀는 법제정 필요 없이 많은 사람이 그렇게 부르면 저절로 사회규범이 된다고 했다. 미국노인들은 진작부터 대우를 받았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매년 5월을 '시니어 시티즌의 달'로 정했고, 1980년 지미 카터대통령이 '고령자 미국인의 달'로 고쳤다. 사회이슈 아닌 경로사상의 발로였다.

일주일 후면 해가 바뀌고 '황금 개띠' 무술년이 시작된다. 쇠털같이 많아 보였던 세월이 오래 전에 개털 정도만도 못하게 줄어들었다. 나는 이미 고희를 훨씬 지나 희수가 눈 앞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노인칭호를 면키 어렵지만, 나 역시 아직 건강하고 활동적이다. 노인세대 아닌 '후기 중년세대'로 불리길 은근히 바라는 마음은 나뿐만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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