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25년이 넘게 각기 다른 길을 걸어왔던 세 명의 분야별 직업인이 한국서 펴낸 <시애틀 이야기>가 책의 무대가 됐던 시애틀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세 명의 공저자 가운데 현재 아르헨티나 공사로 재직중인 윤찬식 전 시애틀영사관 영사를 제외하고 김태엽 아시아나항공 전 시애틀지점장과 황양준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편집국장이 지난 17일 강사로 나선 워싱턴대학 북소리(UW Booksori)는 150여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룬 가운데 진행됐다.
50회를 훨씬 넘어선 UW 북소리 가운데 만화 작가 윤태호, 소설가 김탁환씨 등 한국 유명인을 초빙해 별도 공간에서 마련했던 특별 강연을 제외하고 보통 행사 장소였던 동아시아도서관 세미나룸에서 마련한 행사로는 역대 가장 많은 참석자를 기록했다.
부제인 <자연, 사색, 사람> 가운데 자연을 맡았던 김 전 지점장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시애틀에서 아시아나항공 지점장으로 근무하는 4년간 어렸을 적에 가졌던 ‘지리학자의 꿈’을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애틀을 포함한 서북미지역이 엄청난 지리적 특성과 관광 자원을 갖고 있는데도 한국 등지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서북미를 알리기 위해 UCLA 교수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쓴 <총, 균, 쇠>라는 책을 바이블로 삼아 자연과 지리 등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김 전 지점장은 이날 빙하기, 대홍수 등을 거쳐 생겨난 지형의 특성과 와인 재배 등의 이야기를 쏟아내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과 관련된 분야와 자신의 관심 영역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시애틀 서북미를 미국의 인기 관광지로 만들어보려는 야심찬 의욕도 내보였다.
황양준 국장은 ‘셋이 책을 쓰게 된 경위’를 비롯해 윤 전 영사의 사색편과 자신이 쓴 사람편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했다.
그는 “1960년대 태어나 1980년대 대학을 졸업하고 30대를 지칭했던 소위 ‘386세대’인 세 명이 486이었던 40대 중후반에 시애틀서 만나 이제는 586이 됐다”면서 “시애틀에 함께 있는 동안 이곳의 땅과 커피, 와인, 그리고 사람들을 두루 좋아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엮어보기로 뜻을 모아 책이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윤 전 영사는 이 책에서 미국 등에 대한 전반적인 자신의 견해는 물론 ▲모범적인 한인단체 ▲한인 리더십 ▲한글교육의 중요성 등을 다양하게 다루면서 자신의 성장기와 어머니 등의 가족 이야기도 다뤘다.
황 국장은 ‘결국은 사람이었다’라는 소제목처럼 “서북미 한인 사회를 만들었던 원동력은 힘겹게 이민의 삶을 살아왔던 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련과 도전의 결과였다”고 강조한 뒤 “시간과 지면의 한계상 분야별로 12명의 기록을 담았다”고 말했다.
신사실주의 지평을 열었던 사진 작가인 고(故) 남궁요설 선생과 독립운동 집안에서 태어나 한국 육군소장을 지낸 뒤 타코마 초대한인회장을 지낸 박남표 장군 등의 삶을 다뤘다.
또한 오리건주에서 상원과 하원 5선을 지낸 임용근 의원과 시애틀 한인문학의 어머니인 김학인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고문의 이야기도 담았다.
그 밖에 설자워닉, 리아 암스트롱, 손창묵, 박영민, 이수잔ㆍ김영수 남매, 윤부원ㆍ론 브라은 변호사 부부, 김재훈 박사, 이승영씨 등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황 국장은 "이번 책에서 빠졌지만 서북미 한인 사회를 이루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삶을 찾아 그들의 시련과 도전, 희망과 꿈을 찾는 작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점장과 황 국장은 “한국에서 이 책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2쇄 인쇄가 이미 들어간 상태”라며 “다시 한번 UW북소리와 사인회에 와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