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세금문제로 시애틀로 몰리는 실태 보도
시애틀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로 활동하고 있는 안나 라일리씨는 지난달 수영장을 낀 230만달러짜리 벨뷰의 신축 주택에 대해 오픈하우스를 실시했다.
이 정도 가격대의 주택이 공개되면 보통 스포츠 스타나 기업 임원, IT 전문기술자 등의 전문직이 몰리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주택을 둘러 본 총 20개 단체의 바이어들 모두가 중국인이었다.
윈더미어 소속 에이전트인 라일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그들은 모두 개인 자격으로 각각 온 투자자들이었다"며 "아시아 투자자들이 이제 회사 전체 고객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에게 시애틀이 캐나다 밴쿠버에 버금가는 새로운 부동산 투자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WSJ가 7일 보도했다.
밴쿠버가 속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당국이 외국인 부동산 투자에 15% 세금을 부과한 이후 시애틀이 중국인들에게 대안으로 부상한 상황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BC주 당국은 지난헤 8월부터 캐나다 시민 혹은 영주권자가 아닌 외국인이 밴쿠버 메트로 지역의 주택을 구매할 경우 15% 세금을 물리고 있다. 지난 3년간 거의 50% 넘게 치솟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밴쿠버 시 당국도 집값 안정을 위해 6개월 이상 빈집에 대해 1%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이같은 조처는 그간 밴쿠버 부동산을 싹쓸이 하다시피한 중국인들의 투자를 크게 위축시켰다.
중국 최대 부동산 정보 사이트 주와이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인들의 밴쿠버 부동산 정보 검색은 일년 전에 비해 37%나 줄었다.
반면, 시애틀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겁다. 시애틀 부동산 정보 검색은 지난해 10월 전년대비 71% 급증하더니 그 다음달에는 125% 늘었다. 12월 증가세는 1.8%로 둔화했다.
중국인들의 투자 문의가 급증하면서 시애틀은 이미 미국에서 가장 열기가 뜨거운 부동산 시장 가운데 하나로 등극했다.
미국 20개 주요 도시의 집값을 산출하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시애틀 주택 가격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상승해 3개월째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지난 몇년간 중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영국 런던이나 호주, 미국 뉴욕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영국이 2014년 말 150만 파운드 넘은 고가 주택 매입시 최대 12% 세금을 부과하고 그해 4월 보유 주택을 매각하거나 임대하려는 외국인에 3% 세금을 추가로 물리면서 투자 열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호주 역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했으며 뉴욕시도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200만 달러 이상의 고가 주택에 3%의 판매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시애틀 부동산 에이전트인 릴리 샹은 "세금 문제로 밴쿠버에 있는 부동산을 매각하고 시애틀로 투자 자금을 옮기려는 중국 가정이나 투자자들의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더 이상 밴쿠버가 재미를 볼 만한 투자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