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퀄미 폭포서 멀지 않은 시애틀 근교 위치해
과거로의 회귀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를 가볼까 하고 이것저것 뒤지다가 중세시대 마을이란
글귀가 눈에 잡힌다. 이름 자체가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한 듯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14세기 중세시대 건물과 분위기로 각종 이벤트와 함께 즐거움을 주는
곳이라 되어있다. 늘 자연만 찾아 다니는 것도 식상하던 차에 잘되었다 싶어 이번 달엔 이곳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거리도 멀지 않다. 워싱턴주에서도 유명한 스노퀄미 폭포에서 지척인 곳에 위치하고 있다. 가는 길에 새로 단장한 폭포에 들러 바람을 쐬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초행길이라 떠나기 전 길 지도를 확인했다. 우리 집에서 1시간30분 정도, 산보하는 기분으로 다녀올 수 있는 길이다. 언제부턴가 길을 나서 기전 내비게이션을 꺼내 든다. 없으면 불안하니 정말이지 큰 일이다. 주소를 입력하고 도착 예정시간을 확인한다.
멀지 않은 곳이라 천천히 출발한다. 스노퀄미 폭포는 워낙 자주 다녔던 길이다. 타코마에서 I-5를 타고 가다 18번 도로로 들어가 끝까지 가면 스노퀄미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발생한다.
내가 알아본 길은 스노퀄미를 폭포를 끼고 계속 가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비게이션이 18번 도로 끝나는 부분에서 I-90웨스트로 가라고 알려준다. 물론 간혹 있는 일이다. 잘 아는 길이면 몰라도 초행길이라면 가라는 대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것이 기계들의 한계인 듯하다.
정감 어린 미국 시골길을 따라 찾아 나섰지만
입구를 그냥 지나쳤을 정도로 눈에 바로 안띄어
그냥 무시하고 아는 길로 달린다. 시끄럽게 잘못 간다고 떠들더니 어느 순간부턴가 조용하다. 그리고 다시 제대로 된 길을 안내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먼듯하다. 폭포에서 조금만 가면 나올 줄 알았는데 잘못 안듯하다. 초행길이라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하고 간다.
한참(?)을 가다 보니 카네이션이란 마을이
나왔다. 조금은 오래된 듯한 마을인데 내비게이션을 보니 아직도 10여분이 더 남았다. 넓지도 않은 길인데도 제한속도를 50마일이나 준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는데 주변 풍경은 미국의 전통적인 시골풍경이다. 정감어린 풍경이 마음을 끈다. 어느덧 내비게이션에선 다왔다는 신호가 나온다. 그런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있는 게 없다. 그냥 숲이다. 그러다 지나쳤다. 별다른 안내판도 없고 길가에 돌출된 어느 것도 없어 지나치기 십상이다. 별수 없이 좁은 길에서 차를 돌렸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다. 일단 입구부터 실망이다. 그러나 겉만 보고 속을
판단하긴 이르다. 일단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넓지
않은 주차장에 많은 차들로 붐빈다. 유명한 곳인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들 알고 찾아온 게 신기했다. 친절하게 입구에서 주차 안내도 해준다. 일단 차를 세우고 부푼 마음을 안고 입구로
갔다.
1인당 10달러 입장료 내고 중세돈으로
바꿔 안에서 사용
허름한 입구에 입장료는 어른 10달러이다. 만만치 않은 돈이지만 흔쾌히 냈다. 그런데 뭐라고 막 설명을 한다. 자세히 들어보니 돈을 바꾸라는 말이다. 안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하려면 중세 때 돈으로 바꿔야 한단다. 물론 남은 돈은 나갈
때 다시 바꿔 준단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단 20달러를 바꿨다. 말로는 중세 때 돈이라지만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 입구부터 중세때 옷인지는 몰라도 과거의 옷들을 입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새로운 경험을 할 것 같은 기대감에 조금은 흥분했다.
크지 않은 공간에 식당∙대장간∙활쏘는 곳 등 만들어놓아
그런데 그 흥분된 마음도 잠시였다. 분위기 자체는 중세라고 하긴 뭐하고 상당히 낡고 음침한 분위기다. 3에이커도 안되어 보이는 공간에 이것저것, 조금은 조잡하다 할 정도 만들어 놓았다. 만화에서 많이 본 듯한 뚱뚱한 아저씨가 열심히 뭔가를 설명한다.
중간중간 간단한 마술도
하면서 어린 아이들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앞에는 옛 옷들을 빌려주는 공간이 있다. 한 벌에 얼마나 하는지는 몰라도 입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옷을 빌려 갈아입고 다닌다. 잠깐 동안 자신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온 듯한 분위기를 느껴볼
작정인 듯하다.
식당∙대장간∙활쏘는 곳∙초만드는 곳∙꽃꽂이 하는 곳 등 나름대로 원형으로
장소를 만들어 어렵지 않게 걸으면서 둘러볼 수 있게 해놓았다. 들어올 때 바꾼 돈은 이런 곳에서
사용을 한다.
‘미국인들은 별 것 아닌 것도 역사로 만들어가는 재주있어’
왜 자꾸 어설프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를 일이다. 진행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열심히들 하는 듯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대부분이 자원 봉사라고 하는데 조금은 위안을 가졌다.
미국에서 살면서 나름대로 느낀 점이 있다. 이들은 상당히 짧은 역사를 가졌다. 그래서 보여줄게 없는 것 같은데 많은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보기엔 별것 아닌 것
같은 것도 그들은 그런 것도 역사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역사를 만드는 것엔 물불을 안 가리는 듯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름대로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게 보는 입장에선 조금은 부러웠다.
중세 마을은 좀 그렇다. 귀한 시간 내고 왔는데 시간도 돈도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곳인건 분명하다. 그래도 이것도 이들이 만드는 역사라 생각하고 좋은 쪽으로 이해한다.
얼마 남지 않은 방학 아이들을 데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기는
제격인 곳은 확실하다.
안 좋은 쪽으로만 이야기를 풀어서 가보지 않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겠지만 그건 전적으로 내 개인 생각이라 그래도 혹시나
하고 가실 분들을 위해 주소를 알려 드립니다.
주소: 10320 Kelly Road NE Carnation,WA 98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