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국회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한 뒤,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을 때, 박근혜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겸허히 승복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은 것은 헌법을 존중하지
않은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대한정부에 대한 부정이기도 하다'고 했
던 말이다. 그런 박근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승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불복 선언을 하고 삼성동 사저를 중심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을 상대로 저항에 나서고
있다. 서청원 등 친박 의원 8명과 열렬 극우보수 지지자들을 데리고 삼성동 사저에서
시작한 '사저 정치'를 보고 있노라면 박근혜 자신이 선출직 대통령이 아니라 법 위에
군림하는 '여왕'이라는 착각에 빠져 '박정희-박근혜 왕조'로 복고를 노리는 '반체제
왕정복고 혁명 세력'을 보고 있는 같은 착각을 지울 수 없다.
검찰, 특검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박근혜의 수많은 범죄 혐의 등등을 국민에게 보여
줬다. 그러나 언론의 컬럼이 지적했듯이, 박근혜의 가장 큰 죄는 특검의 조사보고서
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포함되지 않은 그것은 이념과 전혀 무관한, 부패와 같은 범법
행위의 문제를 자신이 살기 위해 '대통령을 끌어내려 몰고 가고 갈가리 찢어놓은 것도
모자라 탄핵결정에 불복하고 탄핵 반대 세력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헌법재판소를 민주 진보적 재판관들이 장악하고 있다면 모를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자신이 임명한 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포함해 다수가 보수적 성향의 재판관들
로 구성돼 있는데, 전원 8명 재판관 만장일치로 합의한 탄핵인용 결정이 빨갱이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박근혜가 '헌재의 판결을 겸허하게 수용하며 그 동안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
합니다'고 고개를 숙였다면 국민들 사이에 동정론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
다. 그러나 박근혜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어던 것이다.
박근혜가 국가와 국민을 사랑한다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승복하며 나 박근혜를 위해
서라도 더 이상의 분란은 멈춰 달라'고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호소해야 한다.
박근혜의 처신은 너무나 뻔뻔스럽다. 검찰은 박근혜를 구속해 고강도 조사로 더 많은
죄를 밝혀주고 중벌에 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