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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4-12 11:28
눈산조망대/ 묘지 정치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674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묘지 정치

 
요즘 워싱턴대학 시애틀 캠퍼스엔 상춘객들이 학생만큼이나 많다. 서북미 제일의 벚꽃 숲을 구경하며 옛날 창경원 밤벚꽃놀이를 회상하는 한인들도 있을 법하다

지금 여의도 윤중제 벚꽃축제가 한창이라지만 내가 예전에 본 건 묘목 수준이었다. 알고 보니 윤중제보다 더 생소한 벚꽃명소가 있었다. ‘국립 서울 현충원’으로 불리는 옛 동작동 국립묘지이다.

지난달 서울에 나갔을 때 그곳에 가봤다. 친구와 점심식사 후 산책하기 위해서였다. 현충문에 들어서자마자 입이 딱 벌어졌다. 수양버들을 닮은 명물 ‘수양 벚꽃’은 철이 일러 망울뿐이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40여년 전의 국군묘지가 아니었다. 묘역의 시설물들이 웅장한 것은 둘째 치고 자연생태의 보고가 된 울창한 숲이 첩첩산중을 연상케 했다.

산책하는 남녀노소 시민들이 꼬리를 이었고 숲 속에서 삼림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지만 내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그곳 ‘국가원수 묘역’의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세 전 대통령 묘소부터 보고 싶었다

고인이 된 다른 전 대통령 중 4대 윤보선은 아산 가족묘지에, 10대 최규하는 국립 대전 현충원에, 16대 노무현은 고향인 김해 봉하 마을에 안장돼 있다.

위치상 박 대통령 묘소가 맨 먼저였다. 전체 묘역의 최상단에 육영수여사 묘와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서울시장 선거에 막 출사표를 낸 김황식 전 총리의 화환이 놓여 있었다. 참배객들도 꽤 많았다.

“태산이 무너진듯, 강물이 갈라진듯, 이 충격 이 비통…이 나라 수호신 되어 못다 한 일 이루도록 큰 힘 되어주소서”라는 이은상의 헌시비가 눈에 띄었다.

그 아래쪽 이 대통령 묘소(영부인 프란체스카 리와 합장)에도 김 전 총리가 다녀간 듯 화환이 놓여 있었다. 헌시비엔 “대한민국의 독립을 되찾아 우리를 나라 있는 백성되게 하시고…일월성신과 함께 이 나라 지키소서”라고 쓰였다

김 대통령 묘소 헌시비엔 “당신은 민주주의입니다. 당신은 우리들의 자유입니다. 당신은 우리입니다”라고 고은 시인이 썼다.

이들 세 전 대통령은 지하에서도 생시처럼 파란만장이다. 이 대통령의 묘비 명은 원래 ‘건국대통령’이었지만 김대중 정부의 반대로 ‘초대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건국 대통령’ 묘비는 이 대통령 묘소 옆 땅 속에 묻혀 있다. 생전에 견원지간 라이벌이었던 박 대통령과 김 대통령은 사후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치고받는 싸움을 벌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금년 11일 현충탑 참배로 직무를 시작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김 전 대통령 묘소만 참배해 속이 좁다는 핀잔을 들었다. ‘무공천’ 정책 철수로 스타일을 구긴 안철수 의원은 금년 11일 세 전 대통령 묘소를 모두 참배했다가 네티즌들로부터 “그게 새 정치냐?”는 비아냥을 들었었다. 참배하지 않았더라면 본전은 건졌을 터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으면서도 A급 전범들의 사당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국내 보수우익 표를 의식해서다. 한국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당을 새로 만들거나 대선 또는 총선에 출마하면 으레 현충원부터 참배한다. 현충탑은 형식일 뿐 전 대통령 묘소에 절하며 충성심과 함께 자신의 ‘정치 색깔’을 표출한다.

원래 전몰장병의 안식처인 현충원에 전 대통령들이 끼어들어 분위기가 흐려졌다. 그 세 사람은 헌시비에 적히지 않은 해악이 적지 않다. 재임 동안 국민의 화합단결을 저해시킨 장본인들이 지하에 묻혀서도 후진들에게 줄서기와 파벌의식을 조장한다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엔 역대 대통령 44명 중 윌리엄 태프트와 존 F. 케네디 단 두 명만 안장돼 있다.

미국엔 묘지정치가 없다. 대통령이 명절에 국립묘지 아닌 해외 미군기지를 깜짝 방문해 장병들을 위문하고 격려한다.

부시도, 오바마도 그랬다. 현충원, 알링턴, 야스쿠니 모두 벚꽃이 아름다운 관광명소지만 야스쿠니는 썩은 정치냄새가 더 짙다. 대통령 묘소를 둘러보며 현충원도 알링턴처럼 정치냄새 없는 시민의 휴식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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