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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8-08 11:48
눈산조망대/ 미국판 봉이 김선달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5,137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미국판 봉이 김선달


아마도 내가 제일 먼저 배운 노래는 ‘학교 종이 땡땡 친다…’ 아니면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였을 것 같다

요즘 어린이들은 다르다.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저절로 배우는 노래가 있다. ‘생일 축하합니다(Happy Birthday To You)’이다. 코흘리개도, 꼬부랑 노인도 손뼉 치며 부른다. 동서양,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인류 역사상 가장 히트한 노래로 꼽힌다.

삼척동자도 아는 이 노래에 값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일 임자의 축의금이 아니라 노래의 저작권자인 워너 뮤직그룹(WMG)에 내는 사용료다

지구촌의 모든 생일파티에서 이 노래가 매일 수백만 번 불리어지지만 사용료는 붙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나 TV 드라마, 또는 대중행사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 영락없이 노래 값을 치러야 한다.

이 노래 저작권으로 연간 200여만달러를 앉아서 벌어들이는 WMG가 돈줄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아니, 그동안 노래 사용료로 챙긴 수천만 달러도 토해내야 할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해피 버스데이’ 노래는 ‘클레멘타인’이나 ‘오, 수잔나’ 같은 민요처럼 오래 전에 특정 기업체가 아닌 민중의 노래가 됐다며 유력한 예술인들이 WMG를 상대로 제소했기 때문이다.

이 노래의 원 제목은 ‘아침 인사와 생일 노래(Good Morning & Birthday Song)’이다. 1893년 켄터키주 유치원 교사였던 밀드레드 힐과 패티 힐 자매가 공동 작사 작곡했다

어린이들이 1절에서 “굿 모닝 투 유~~굿 모닝 디어 티처~”라고 인사하면 교사는 2절에서 “굿 모닝 투 유~~굿 모닝 디어 칠드런~”이라고 화답한다3절은 생일파티용의 ‘옵션’ 소절이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로 시작되는 그 옵션소절이 떴다. 이 곡이 1933년 어빙 벌린의 히트 뮤지컬 ‘수천명이 환호하며’에 삽입돼 대박을 터뜨리자 힐 자매의 계약출판사가 저작권을 등록하고 1935년 뮤지컬 제작사를 제소했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1988 WMG가 당시 저작권 소유자인 버치트리 출판사를 2,500만달러에 매입해 이 노래의 새 주인이 됐다.

이 노래는 그동안 140여편의 영화를 비롯해 수많은 상업 광고에 삽입됐다. WMG는 상황에 따라 수천달러에서 10만달러까지 사용료를 받는다. 요즘 영화와 TV 드라마에는 이 노래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저작권 시비가 골치 아프기 때문이다. 일류 레스토랑이나 규모가 큰 체인식당 종업원들도 생일을 맞은 고객에게 자기들 버전의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WMG 제소를 선도한 사람은 영화제작자 제니퍼 넬슨이다. 그녀는 지난 2013년 이 노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가 WMG로부터 1,500달러를 요구받았다. 그 다큐멘터리의 주제가 ‘해피 버스데이’ 노래이므로 말만 잘하면 사용료를 면제받을수 있었겠지만 넬슨은 “얼토당토않은 대기업의 탐욕을 손봐주겠다”며 영화를 포기하고 LA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그녀의 소송에 다른 예술인들도 동참했다. 이들은 전국의 도서관을 뒤져 1922년 발행된 노래책을 찾아냈다. 거기 수록된 ‘해피 버스데이’ 노래엔 저작권 표시 없이 힐 자매 출판사의 허가를 받았다고만 돼 있다. 넬슨은 출판사 허가를 저작권으로 간주한다 해도 관계법에 따라 1997년에 만료됐다며 WMG가 그 이후 받은 사용료를 전액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WMG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노래의 저작권은 힐 자매의 계약 출판사인 클레이턴 서미가 등록한 1935년이 기점이라며 그에 따라 이 저작권은 2030년까지 유효하다고 맞선다. 엊그제 최종 청문회를 연 LA 연방법원의 조지 킹 판사는 조만간 판결을 내릴 예정이지만 결정적 증언을 해줄 관련자들이 모두 고인이 된 상황에 열리는 괴상한 재판이 될 공산이다.

미국의 대다수 언론은 킹 판사가 ‘해피 버스데이’ 노래를 민중의 노래로 판정해 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나도 그렇다. 워너 브로스 영화사를 모기업으로 둔 큰 기업이 사실상 임자가 없는 노래의 사용료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은 임자 없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 선달과 다를 바 없다. ‘얼룩송아지’ 노래를 부르면 카우보이가 달려와 돈을 내랄까봐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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