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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27 13:40
[시애틀 수필-이은숙] 비문(碑文)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172  

이은숙 시인(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비문(碑文)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게 되었다.
강의 중 교수님께서 자기 비문(碑文)에 대해 생각해본 일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시는데 뜻밖이었다. 비문은 사망자의 유족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자기 비문을 써 보는 것도 좋은 생각 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비문에 대한 숙제를 받아 나의 비문에 대해 직접 써보기로 하고 구체적으로 생각을 하는데 나이 때문인지 바로 죽음과 연결되면서 자꾸 눈물이 난다. 아이들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고, 왠지 슬퍼져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럭저럭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면서 내 자신에게 조금 놀랐다. 평소에는 이 세상에 오래 산다는 것이 별로 바람직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말도 그렇게 해왔는데, 내 마음 나도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육신적으로는 할 일을 끝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아이들도 각기 자기 가정들을 꾸며 떠나 나를 꼭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꼭 해야 하는 의무적인 일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미련이 있는지, 아니면 영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아 불안한 것인지, 또는 살아온 세월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있는지.

항상 무엇을 추구하며 쫓아가다 보니 여기까지 도달했는데 무엇을 시원하게 성취한 것도 아니면서 비문에 대한 문구를 생각하려니 이제 끝자락에 와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숙제는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사람들이 내가 죽은 뒤에는 뭐라고 평가할까, 개미처럼 열심히 일만 하다가 떠났다고 말할까? 비문 쓰는 일이 결코 쉬운 일 아님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비문을 쓰는 일로 인해 지나간 날들에 대해, 그리고 지나온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장례식 장면까지도 상상해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나는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났다. 끼니를 굶는 가정들도 많았던 시대였다. 다행스럽게도 기독교 가정에 태어나 또 부모님의 사랑 가운데 상황은 어렵지만 교육도 받으며 자랐다

우리 마을에서는 여자들은 국민학교만 나오면 더 이상 교육을 시키지 않고 집안 일과 농사일을 시키는 시절이었는데도 부모는 딸들을 교육시켜 사회생활도 하게 해 무난한 삶의 길을 가게 하셨다.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자랐고, 어렸을 때는 오빠를 편애하시는 어머니가 정말 내 어머니가 맞나 생각할 때도 있었다.

지난 날들을 생각해보니 감사한 일들이 많았다.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나 뒷바라지 하며 바쁘게, 열심히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비문에 대해 생각할 시점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좀 허전하고 슬펐다. 시간을 두고 죽음이라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그리스도인으로 자라면서 성경에 있는 많은 약속을 믿고 내세의 삶을 믿는 줄로 알았는데… 그런 나를 뒤돌아 보는 기회가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자연을 주셨다. 사계절을 주시고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되면 곡식들을 추수하여 알곡은 창고에 저장한다. 이 간단한 이치(理致)를 보며, 죽음은 마지막이 아니고 어떤 연속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해본다.

애벌레가 알에서 태어나 잘 자라 성충이 되고 열심히 살다 보니 고치라는 집을 짓게 되고, 그 속에 있을 때는 답답하고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지만 때가 되었을 때 힘겹지만 고치를 뚫고 밖으로 나와 자기 몸을 보니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고 있는 모습으로 변해 있지 않는가

나도 무덤이 끝이 아니고, 다른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오히려 내세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갖게 된다. 마음을 가다듬고 좀 길지만 비문을 써본다.

“이 땅의 광야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나는 하늘 아버지 집에서 영원히 쉬렵니다.

문학의 향기 표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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