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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9-08 11:22
[시애틀 수필-김홍준]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232  

김홍준 수필가(오레곤문인협회 회장)

 
젖과 꿀이 흐르는 땅

 
하늘은 푸르고 산천은 더 푸르른 서북미에 비지땀을 흘리며 막바지 여름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풍성한 선물을 한아름 안고 찾아왔다.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수려하며 순박한 인심 또한 후하여 언제나 풍성한 가을 같은 정경이다.

내가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지도 강산이 세번 변하고 또 한번 변하려 하는 어언 37년이 되었다. 이제는 누가 뭐라해도 정든 내 고향이 되었다.

이곳에 자리를 잡고 처음 찾은 곳이 바닷가 낚시터였다. 7월의 한 여름 밤낚시를 하는데 명태가 잘도 올라온다. 두어 시간 잡고 보니 가지고간 통에 그득하게 20여 마리가 잡혔다. 싱싱한 생선으로 끓인 명태 매운탕이 얼마나 나를 감동시켰는지 모른다. 그후로 부둣가에서 꽃게를 잡고, 바닷가 공원으로 조개를 캐러 가고, 물이 빠진 바닷가에서 미역을 채취하고, 온통 내 정신을 홀딱 빼놓는 일들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곳이다.

30년 이상을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살다 보니 수많은 토산품이 가득히 쌓여 있고 곳곳에 진귀한 것들이 감추어진 곳이 바로 워싱턴주다. 내가 관심을 갖고 부지런히 찾다 보면 진귀한 것들이 널려 있다

4,000m가 넘는 산과, 태평양 드넓은 바다와 요리조리 비집고 들어온 해안선이 발달한 퓨젯사운드 만은 얼마나 풍성한 선물을 안겨주는지 모른다

캐나다에서 발원해 수백 마일을 달려온 컬럼비아 강에는 진귀한 철갑상어와 미국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연어, 동양인이나 러시안들이 좋아하는 산해진미에 빠질 수 없는 싱싱한 준치가 넘쳐난다. 특별히 올해에는 750만마리 이상이 몰려와서 북새통을 이루고, 나누어 주어도 받지 않을 정도로 흔한 생선이 되었다.

봄부터 돋아나는 굵고 연한 고사리는 워싱턴주와 오레곤주 산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 퓨젯사운드 바다 속에는 어른 팔뚝만큼이나 커다란 구이덕이라는 조개는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최고의 횟감이다. 알래스카에서부터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해안에서 서식하는 던지니스 꽃게는 워싱턴주 던지니스라는 지역 이름을 따서 부를 정도로 풍성하다.

물이 많이 빠진 날 허벅지에 물이 찰 정도 깊이의 백사장에는 주위를 온통 벌겋게 물들여놓고 서식하는 홍삼을 잡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태양이 빛나는 여름날 타코마 내로우스 브리지 밑으로 가면 사람 키 만큼이나 되고 몸무게가 40파운드가 넘는 커다란 대왕문어를 만나뵐(?) 수 있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일설에 의하면 세계에서 문어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라고도 한다.

물이 쭉 빠진 날 바닷가 진흙 벌에 가면 바다 우렁이라고도 하고 소라라고도 하는 울퉁불퉁하고 단단한 집을 짓고 사는 것들과 술래잡기를 하는 묘미는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후드산 중턱에 가면 고랭지에서 자라고 약효가 뛰어난 진귀한 가시오가피 은은한 향이 산자락을 수놓고 자생하기도 한다. 간에 최고의 약재인 엉겅퀴는 어디를 가도 보라색 예쁜 꽃을 피워 대며 온 세상을 다 점령할 기세로 낙하산에 씨앗을 매달고 수 없이 날려 보내는데 나와 매일매일 입맞춤을 하며 유익한 차를 제공한다.

오레곤주와 워싱턴주에는 산딸기가 어디를 가도 지천인데 컬럼비아 강가에 가면 가장 실하고 풍성한 육즙을 제공하는 산딸기를 몇 시간 수고해 설탕과 버무려 3개월이 되면 맛있는 복분자 주스가 되고, 6개월이 넘어가면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맛있는 복분자 주가 되어 포근하고 운치 있는 긴긴 겨울 밤을 제공해준다.

밴쿠버와 포틀랜드 지역에는 기후가 온화하여 각종 과일이 많이 생산되는데 그 중에 감과 무화과 그리고 모과는 최고의 질을 자랑하는 것 같다. 못생겨서, 먹음직하여 먹어보면 뜹뜰한 맛에, 방이나 차 안에 놓아두면 은은한 향에, 꿀에 재워 놓았다가 잘 숙성된 후 차로 먹으면 그 효과에 네 번 놀라게 한다는 모과는 이곳에서 나는 것이 최고의 질을 자랑한다.

수 십년 전 누가 심어 놓았는지 그린벨트에 자라고 있는 밤나무 60여 그루는 많은 사람들에게 후드득 후드득 밤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토실토실 알밤을 줍는 기쁨, 맛있는 밤을 먹는 기쁨, 한 웅큼씩 이웃과 나누는 기쁨은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가을을 안겨준다.

8월 초순이 되니 무더위 속에 묻어 온 가을바람이 울창한 숲 속에 각종 버섯을 키워낸다. 며칠 전 우리 집옆 숲 속에 가보니 맛과 붉은 색이 갯가재를 닮았다 하여 ‘Lobster mushroom’이라는 버섯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손님들이 각종 토산품을 들고 와서 나누어주는데 엊그제는 노란 꾀꼬리 버섯이라고 부르는 ‘chanterelle 버섯을 한 바스켓 가득히 가지고 왔다.

즉시 손질하고 소고기와 양파를 볶다가 버섯을 넣고 볶아내니 그야말로 환상의 맛이다. 이제 머지않아 하얀 속살을 자랑하는 고고한 송이버섯이 요염하게 나를 유혹할테고 이렇게 가을은 무르익어가겠지?

폭우가 쏟아져도 엎어진 그릇에는 한 방울의 물도 고이지 않는다는데 이러한 젖과 꿀이 흘러 넘치는 환경에서 누리며 즐기고 살수 있는 은혜를 베푸심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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