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찬
박사
웨스턴
워싱턴대 명예교수
**웨스턴
워싱턴대 명예교수로 북한 문제 전문가인 김형찬 박사가 북한과 통일 등 한반도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 평가하는 시리즈를 ‘과연 통일은 대박인가’란 이름으로 기고해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북한과 통일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되길 바라며, 다양한 의견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註}
대학생 50%이상 “통일 필요없어”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그 소신을 발표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통일에 대한 대통령의 신념을 분명하게 국민들에게 밝히고
통일에 의구심을 갖고 있거나 통일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에게 그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새해 화두가 됐던 ‘통일이 과연 대박인가’라는 점과 관련해 이 시리즈를 통해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여러 어려운 문제들을 안고 있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과연 무엇이며 이러한
입장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생각이다.
다음으로는 ‘통일은 대박이다’ 혹은 ‘대박은 아니다’라고 해도 통일은 한국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고 전 한민족에게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서술하려고 한다.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창설된 후 남한에서는 ‘북진통일’ 이니 ‘승공통일’이니 하는 구호를 외치며 통일의 절대성을 주장해왔다.
이후 6ㆍ25 한국전쟁을 통해 남북이 많은 희생을 치른 뒤 화목하게 지내지 못하고 세계 어느 곳에서
보기 힘든 냉전을 지속해왔다. 이 같은 냉전은 결국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폭격으로까지 이어져 젊은 사람들의
귀한 생명을 빼앗아 가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냉전을 어떻게 해결하고 방지해나갈 수 있을까?
현재
남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에 있는 두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서로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면 냉전이 풀릴 것으로 믿고 있다. 몇 년 전 한국 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통일이 필요한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50%
이상이 “통일이 필요 없다”고 답했다.
두
체제를 존중하고 각자 잘 살자는 입장의 사람들은 통일은 한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또는 한 체제를 제거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서로 적대시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입장으로 “남한에서 우리만 잘 살면
되지, 왜 통일을 해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사용하면서도 정치ㆍ경제ㆍ사회 문제를 일으켜 불안정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라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많다.
그럼
통일을 꺼려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통일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다고 믿기에 통일이 사회혼란을 일으키고 사회 불안정을 가져 온다고 보는 것일까?
북한 식량 최소 150만톤 모자라
먼저
통일이 남한의 주도하에 평화적으로 이뤄진다고 가정할 때 북한 주민의 의식주를 책임져야 하는 큰 과제가 생긴다. 통일이 되는 날부터 남한은2,300만에 달하는 북한 주민의 식량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갖게 된다.
2013년 기준으로 북한은 350만~400만톤의 식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되는데 이 양은 북한에 꼭 필요한 550만톤에서 최소 150만톤이 모자란다. 이처럼 부족한 식량을 공급하고 각 마을에 식량을 배급하는 공평한 제도를 만든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음으로
북한 주민들이 입는 옷값을 따져 보자.
북한에서는 오랜 기간 석회와 석탄으로 만든 비날론(vinalon)이라는 합성섬유를
옷감으로 많이 사용했다. 북한 당국은 비날론을 ‘주체섬유’라고 부르는데 섬유 질이 딱딱하고 물감도 잘 들지 않으며 비싸서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비날론 10만톤을 증산하기 위해 50억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해 순천 비날론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은 결국 실패로 끝나 5만2,000톤의 장비가 쓸모 없게 돼
50억 달러를 낭비하면서 북한주민들은 헐벗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