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춘 미주 한국일보 시애틀 지사 고문이 한국일보에 올리신 "조용히 살았으면..."이라는 글을 읽고 제가 올린 댓글입니다.
미씨 USA 의 뉴욕타임즈 광고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읽고 난 후 생각해 본 언론의 역할에 대한 장문의 댓글이 되어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 자유게시판에 올립니다.
언론은 진실을 추구하고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기성언론의 수준을 보면
지성의 빛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권력의 속기사 역할 밖에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기자와 쓰레기를 합하여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겠습니까.
한때 언론인이 되기를 꿈꿨던 사람으로서
일찌기 뜻을 바꿔 거대 언론사에 취직을 안하고
밥을 벌기 위해 소신을 버리고
기득권에 영합하는 글을 쓰지 않게된 것이
요즘은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론인들이 투철한 기자정신으로 지식인들의 찬사는 못받을지언정
지식인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상황에 대해
자성을 하지 못하고
사안을 호도하며 이런 글을 쓰시는 것을 보니까
언론정신이 실종된 한국언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합니다.
"뱅뱅클럽"이라는 영화를 보셨는지요?
1990년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일어난 분쟁을 취재했던 기자들의
투철한 취재 정신을 다룬 영화입니다.
기자를 꿈꾸는 사람들이나 기자라면 꼭 보아야 하는
진정한 기자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좋은 기회가 될만한 영화입니다.
이 기자들 중 한명이 저 유명한 굶어 죽어가는 아프리카 소녀의 사진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케빈 카터입니다.
죽어가는 뼈가 앙상한 소녀와
그 옆에서 소녀의 죽음을 기다리는 독수리의 모습을 찍은 사진은
그 어느 웅변보다 내란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케빈 카터는 기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퓰리처 상을 수상하고도
죽어가는 소녀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취재원으로 생각하고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비난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하게 됩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기자로서의 냉정한 직업정신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끝내는 목숨까지도 끊어야 했던 케빈 카터의 모습에서
언론인의 진정성있는 고뇌를 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에는
이런 투철한 정신을 지닌 언론인들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권에 야합하여 양심을 팔고 매문을 하는 무지한 자들이
언론사의 간부가 되어 진정한 언론정신을 추구하는
젊은 언론인들의 정신까지 황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류 언론들은 이번 세월호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정권의 압력으로 오도된 정보만을 전달하여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기능을 철저하게 훼손하였습니다.
공영방송인 KBS 노조에서 정권의 꼭두각시인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선언하고,
MBC 기자들이 사과방송을 내보내는 것을 보면서도
한국에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정권과 거대 재벌과 야합한 조중동의 왜곡보도와 망발을
지식인이라면 모두 비판하고 있는데
한국일보는 그나마 재벌언론에 속하지 않는다고 책임을 회피하시는 겁니까.
미씨 USA 에서 한국신문이나 한인신문에 광고를 내지 않고,
뉴욕타임즈에 광고를 게재한 것이나, 세월호 관계로 추모행사와 한국정부에 대한 항의시위를 하는 것을
한인사회분열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전체주의 사회적 발상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표현할 자유가 있으며,
그것이 논쟁과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하더라도
사회가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들의 깃발 아래 서서 합창하지 않으면
불순하고 분열을 야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자체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분열을 선동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교육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중 하나고,
미주한인들도 교육수준이 높고 교양있는 지식인들이 많습니다.
미주한인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미주한인들의 소통의 역할을 하시느라 분투하시는
미주 언론인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미주 언론이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본국의 기사를 게재하거나 지역소식이나 전달하고,
지역사업 광고 찌라시 역할밖에는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런 수준낮은 언론의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뉴욕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지 광고뿐만 아니라,
프랑스나 독일같은 외국 언론들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들에 대해 국가망신이나 집안문제라는
우물안 개구리같은 인식을 가지고 접근하시는
언론 관계자 및 독자분들께서는
글로벌 시대에 세계시민으로서 살아갈 자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