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 교수(연세대 신학대/종교철학)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우리는 한 사람의 신앙인이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하고 성숙하며, 성령 하나님 안에서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다듬어져 가는지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미디어를 통해 넘쳐나는 온갖 정보들로 인하여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들과는 달리,
저자는 북한이라는 폐쇄적인 상황 속에서 목숨을 걸고 구해온 성경 한 권에만 의지하여 그의 신앙의 여정을 끝까지 달려갑니다.
그러므로 그는 성경본문 한 구절을 이해하기 위해서 온갖 수난과 고통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고,
우리 같았으면 스마트폰으로 잠시 검색하여 알고 만족해버렸을 내용조차도, 온 몸을 던져서, 때로는 목숨까지 던져서 자신의 삶 속에서 하나하나 치열하게 이해해나갑니다.
물론 성경을 소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비참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굶주림에 미쳐서 자신의 두 살 난 아이를 삶아버린 난희 엄마의 이야기 앞에서,
이처럼 편안하게 신앙하는 우리가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하나님의 말씀이 하나의 지식과 같이 전락해버린 우리들의 상황을 되돌아볼 때,
말씀 하나를 깨닫고 또 그에 걸맞는 신앙인으로서 바로서기 위하여 저자가 겪었던 고통스러운 과정들과 시행착오에 대한 솔직한 기록들이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귀한 것으로서 다가오게 됩니다.
특히 저는 1996년3월 북한조선노동당 지방당의 간부였던 그가 비료를 배정받기 위하여 타의적으로 신앙을 맹세하고는 돌아가던 중에 트랙터가 산등성이에서 구르는 죽을 고비에서 하나님께 부르짖는 이야기, 목숨 걸고 훔쳐온 성경을 하나하나 쪼개어 배분하여 읽었는데 나중에 보니 구약강경파와 신약소극파로 조직이 나눠진 이야기,
작업반에 한 마리밖에 없는 황소를 하나님께 번제로 드리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잡았다가 하나님의 섭리로 다시 살아난 이야기, 구약성서를 자기의 도둑질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하나님을 깡패 두목쯤으로 여기며 살던 때의 이야기, 그리고 타국의 객이 되어 광야와 같은 생활을 하는 중에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을 발견하고 새사람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비롯하여, 2012년 저자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달리하기까지 16년여의 신앙여정을 통해 보여준 치열했던 실존적 고민들과 질문들,
그리고 그로부터 터져 나왔던 가식 없는 진실한 기도는 오늘 우리들에게 큰 감동과 신앙적 교훈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자가 고통스러운 과정 속에서 목숨을 걸고 온 몸으로 증언한 귀한 깨달음들은 무슨 특별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실 그것은 우리가 주변에서 항상 듣던 “일상적인” 말들입니다.
곧 그리스도의 생명을 전파하여 죽은 영혼을 살리는 생명운동은 인간의 생각이나 굳은 의지나 용감함이나 하나님의 말씀을 떠난 자기열심에서가 아니라 오직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우리는 수난을 통해서 완성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온전히 믿고 ‘나’를 죽이는 치열한 결사전을 단행해야 한다는 것,
자의적인 성경해석으로 자기의 행동을 정당화하지 말고 항상 하나님께 물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하나님은 무서운 독재자가 아니라 사랑이 많으신 아버지시라는 것, 그리고 한 사람의 신앙인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수많은 이들의 기도와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 등 말입니다.
"저자는 신앙이 '죽고 사는 일'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
하지만 저자가 우리와 달랐던 것은 우리들은 그러한 생각 속에만 머무른 채 평생토록 자기를 속이며 편안히 사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온 삶을 던진 실존적 결단 속에서 온 몸으로 그것을 증거해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신앙이 ‘먹고 사는 일’이나 ‘살고 죽는 일’이 아니라, ‘죽고 사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들에게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아들아, 아들아 보라.
내가 너를 위하여 세계만방 중에 한 일을 행하리니 그것을 듣는 자마다 온몸이 저리고 두 귀가 울리리라.”(101페이지)
저자가 자기의 목숨을 걸고 하나님 앞에서 행한 이후 감옥 속에서 지금 당장 자신을 죽여 달라는 패악에 가까운 기도를 쏟아내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실천하지 않았던 '평범한 진리'가 새롭게 소생되길..."
저는 이분의 삶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읽혀짐으로써 우리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았던 “평범한” 진리들이 우리들의 마음 속에 다시금 새롭게 소생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반가운 것은 이 책이 발행된 지 일년이 채 안되어서 미국의 'Author House' 출판사에서"The Righteous Outlaw"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10월 말 경에 출판될 예정이라고 하니 또 기대가 됩니다.
영어권의 사람들과 미국에 사는 2세들이 읽고 감동을 받기 전에 꼭 한번 완독하여 보기를 또한 적극 권해드립니다.
『굶주림보다 더 큰 목마름』(김길남 (저), 박상원 (편), 두란노, 2012년 11월)
노동당 지방당 간부였던 김길남(가명)씨의 이야기다. 그가 북한에서 남긴 일기 형식의 2권의 노트를 시애틀에 있는 북한선교단체인 '기드온 동족선교' 대표 박상원 목사가 정리하고 책으로 엮었다. 박해받은 사람들의 비극과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배울 권리마저 거부당했던 사람들을 통해 선교의 사명을 부추기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기록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원했고 익명의 후원자들과 출판사의 도움으로 책으로 나왔다. 한글 책이 발간된지 1년이 되는 다음달 말에 영문판이 발간된다. 이 책은 현재까지 8,000여권이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평을 보내 주신 연세대 신학대 정재현 교수는 시애틀에 교환교수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현재 부인과 자녀 등 가족들이 바슬에서 생활하고 있어 한국과 서울을 오가며 지낸다.
<사진 왼쪽 위는 김길남씨의 영정, 그 오른쪽은 책 표지, 아래는 기드온 동족선교 대표인
박상원(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목사가 김씨와 북한선교를 했던 동역자들과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