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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2-10 17:13
[서북미 좋은 시-윤석호] 버티다 무너지는 것들에 대하여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2,864  

윤석호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버티다 무너지는 것들에 대하여
                         
버틴다는 말을
무너졌다는 말로 결말지을 수 있나
 
꽃피면 할 수 없이
화려함으로 버텨야 하고
새들도 한 음절의 노래로
하늘을 버티며 날아간다
쭈그러진 아버지가
홀로 누워 생을 버티는 동안
아버지의 구두는 허기로 벌어진 입을
적막으로 버티고 있다.
누가 그들에게
버틴다는 동사의 목적어를 물어볼 수 있나
 
막 떨어진 낙엽을 들여다본다
이렇게 곱고 섬세한 잎들도
때가 되면 가지를 놔 준다
목련도 미련처럼 보이기 전에
스스로 꽃의 목을 자른다
사랑조차도
견디는 일이란 것을 알아차린 듯
어둠 속 별 하나
스스로를 화장하며 별똥별로 지고 있다
 
버티던 것들만 무너질 수 있다
세상의 하루를 담담히 버터 내고
해가 벌겋게 서쪽으로 무너지고 있다
시간과 장소가 지워진 기억 몇 개만
차갑게 밤하늘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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